지난 11월 26일(토)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5차 민중총궐기대회는 서울 160만 명, 지방 30만 명, 합 19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12월 3일(토)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6차 박근혜 퇴진의 날에는 전국에서 232만 명(경찰 추산 43만 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하여 헌정사상 최대의 집회 인원 기록을 경신했다. 외신들도 이구동성으로 ‘230여만 명이 모인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경이로운 축제’라고 현장 생중계하면서 극찬하고 있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노벨평화상으로 추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사태는 그 비리와 부패의 혐의와 범죄 사실이 끝없이 터져 나오기 때문에 날마다 국민들은 좌절과 허탈감, 무력감과 분노로 ‘최순실 우울증’이라는 집단 히스테리에 걸릴 지경이다. 청와대에 비아그라,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이 다량 처방되었다고 한다. 시중에는 소비 위축 속에서도 술만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에 걸쳐서 대 국민 담화를 했으나, 진정성도 없고 거짓말을 반복했으며 자기 잘못은 전혀 없고 주변 관리를 잘못한 것밖에 없다고 하여,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순수하고 분노한 국민들의 눈에는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이고 거짓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 분노의 절정에 달하다시피한 국민들은 12월 9일(금) 국회의 탄핵을 거쳐서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기다리기 어려울 정도로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 국민의 명령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이다. 오늘부터 시작된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의혹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요청을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최재경 민정수석비서관,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 최순실, 최순득, 장시호 등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7시간과 최순실 비리 의혹을 밝혀줄 주요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맹탕 청문회가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번 주 금요일에 결정되는 국회 탄핵 소추안은 지난 3일 민주당 121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6명, 총 171명이 발의되었다. 갖은 변명과 거짓으로 버티는 대통령과 호위무사가 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와 의원들, 탄핵 찬성과 반대를 오락가락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 의원들, 탄핵대열에서 경쟁과 협력을 했던 제1야당 추미애 대표의 민주당과 박지원 대표의 국민의당, 진보정당의 면모를 과시했던 정의당들은 자기 존재감과 색채를 분명히 했다.

두 달 가까이 끌어온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야기된 탄핵 정국에서 뜻밖에 대권 주자 3위로 떠오른 사람이 있다. 12월 5일 현재, 지지율 23%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17%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서 15%의 이재명 성남시장은 8%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추월하고 있다. 기존의 정치권에 식상하고 성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외면이다. 정치와 정치인은 백성들의 바람과 고충을 잘 알아서 한 발 앞서서 이끌어 주고 반영시키고 해결해 주어야 하는데, 생업에 바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든 국민들이 토요일 밤마다 추운 날씨에도 나와서 촛불을 들고 외치고 시위를 해도 시원한 해결책이 안 보이고 답답하고 화만 치밀게 만들었다. 민중의 언어로 쉽고 간단하면서도 백성의 민심을 대변해 주는 이재명 시장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시원하게 다가온 것이다.

이재명 시장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나, 무릇 모든 지도자는 구성원의 의사와 행복을 위하여 성실하게 노력해야 하며,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 속에서 진정한 지도자가 탄생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이 어지러운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민중은 언제나 고달픈 현재의 삶 속에서 꿈과 행복을 가져다 줄 미래의 지도자를 학수고대한다. 그러한 미래에 나타날 지도자를 구세주, 미륵불, 정도령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힘든 현재의 삶 보다는 좀 더 나은 변화와 희망의 미래를 꿈꾸고 갈망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견지되어 온 인간의 변함없는 지향(志向)이다.

산이든, 일이든, 삶이든 내려가고 마무리하고 끝내는 일이 올라가고 이루고 시작하는 일 보다도 더욱 어렵다. 특히 안 되는 것을 되게도 하고 되는 것을 안 되게도 할 수 있는 힘인 권력은 끝내는 일이 더 더욱 어렵다. 권력의 정상으로 높이 올라 갈수록 내려올 때가 더욱 어렵고 위태롭다. 권력의 끝이 너무나 참담하고 추한 것을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과 함께 저지른 국정농단에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까지 동원한 부정선거로 당선된 죄업, 만주벌판에서 독립군을 수없이 사살하고 피어린 4·19학생민주혁명으로 세워진 민주정부를 뒤엎고 유신(維新)군사독재까지 자행한 박정희 대통령의 죄업까지 안고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게 퇴진하고 특검을 받고 구속되는 모습을 국민과 역사 앞에 보여 주어야 한다. 그래야 불의와 부패의 역사를 청산하고 정의와 민주주의의 역사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교훈을 남길 수 있다.

이토록 자명한 운명의 길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고 몸부림친다면 국가와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엄청난 고통과 손실을 주게 된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고 누구나 죄를 지으면 처벌받게 된다는 교훈을 ‘조건 없는 퇴진과 법적인 처벌’을 통하여 만 천하에 보여 주어야 한다. 국정수행 지지율 4%, 잘못한다는 여론 93%의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으로부터 이미 탄핵을 당했고 파면을 당한 것이다. 이러한 너무도 명백한 진실을 모르고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까지와 같은 진정성 없는 잔꾀나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면, 더욱 큰 불행과 파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