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 석룡산에서 살아 돌아오다 2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6. 11. 29(화) 17:29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길 없는 비탈진 산 길을 오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신이여, 살려 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저를 용서하여 주세요. 죽는 날까지 속죄하면서 살겠습니다.’를 반복하면서 기도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를 빌었다. 나의 불효와 게으름과 불성실과 죄악을 용서하여 달라고 천지신명과 돌아가신 부모님께 수없이 빌고 또 빌었다.
빗방울도 떨어지고 어두운 계곡에서 들러오는 까마귀 울음 소리에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머리 끝이 쭈뻣쭈뻣해 지고 짙은 어둠 속에서 길 없는 산을 오르는 무거운 발걸음은 천근 무게였다. 나의 절규와 기도를 들어 주신 것인지, 바위와 잡목 우거진 계곡을 헤맬 때 들렸던 까마귀의 음습한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산 속의 밤 공기는 차갑고 밤 바람은 더욱 차가웠다. 비탈에 선 나무들에 몇 번이나 기대어 쉬면서 산 정상 부근에 간신히 올라왔으나, 앉아서 쉴 곳을 찾았다. 어둠 속에서도 큰 바위가 있어서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 쪽으로 가서 앉을 곳을 찾았다. 바위가 조금 들어간 곳을 찾았으나, 산에 사는 독이 있는 뱀들이 비와 추위를 피해서 나 처럼 피신하고 있는지, 작은 산 짐승이라도 있는지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눌러서 불을 켜고 확인했으나 보이지 않았다. 비 맞은 낙엽을 끌어 모아서 앉았다.
등산화 안은 계곡물에 양말과 발이 흠뻑 젖어서 찬 냉기(冷氣)가 올라오고, 엉덩이도 젖은 낙엽에서 찬 기운이 올라 오고, 차가운 밤바람은 나의 몸을 몰아쳤다. 내가 살아 남으려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바위 안 쪽으로 조금 공간이 있으나 바위는 차가워서 나의 체온을 빼앗기 때문에 찬 산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기댈 수가 없었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밤 7시 20분경, 가평소방서에서 ‘지금 저희 구조대원들이 선생님을 찾기 위해서 석룡산 일대를 수색중입니다. 문자를 보게 되시면 연락바랍니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지옥에서의 구세주다. 그러나 전화는 안 되고, 문자는 여러 번 시도 끝에 발송되었다. ‘저희 대원들이 선생님 근처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들리면 큰 소리로 대답해 주세요’. ‘들리지 않습니다’. 이러기를 여러 번 했다.
시간은 가고 대원들의 소리는 들리지 안했다. 산을 오를 때, 저 편 산 계곡에서 들리던 큰 개 짖는 소리가 나의 바로 머리 위 몇 미터 지척에서 들렸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큰 야생 개가 배 고파서 사람 냄새를 맡고 먼 이곳까지 찾아와서 어둠 속에서 나를 불시에 공격할 것만 같았다. 나는 산길에서 주어서 짚고 올라온 나무 지팡이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길목을 노려보고 발자국 소리가 나는지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핸드폰 불빛을 비추기 위해서 핸드폰을 손에 꽉 쥐고 공격에 대비했다.
구조대원들과 내가 서로 ‘야∼호∼’를 오랜 시간 수없이 주고 받고, 나의 바로 위 산 정상 쪽에서 구조대원들의 말소리까지 들렸다가 멀리 사라지길 두 번이나 했다. 나는 바위 밑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산등성이로 무릎이 깨지면서 올라갔다. 몇 시간 동안인지 모르게 아무리 목이 쉬도록 ‘야호’를 소리쳐도 응답이 없었다. 밤 바람이 너무나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바위 밑으로 내려가려다가 높이를 알 수 없는 바위 절벽애서 한참을 미끄러저서 집에 온지 일주일이 다 되는 지금도 왼쪽 옆구리 갈비뼈가 절리고 엉덩이 뼈가 아프다.
다시 큰 바위 밑으로 내려와서 축축한 낙엽 위에 앉으니, 밤 바람은 더욱 춥고 나의 몸은 흔들리며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찬 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바위 쪽 작은 공간으로 상체를 앞으로 굽힌 채, 몸은 뒤로 120도 쯤 젖히고 찬 바위에 닿지 않아야 하는 고난도(高難度) 요가 자세 같은 고통스러운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핸드폰 밧데리도 떨어졌으나, 다행히 예비용을 하나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구조대원들과 연락이 두절되어서 구조는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다. 예비용 밧데리도 나의 생명을 구해 주는 큰 역할을 했다.
목이 쉬도록 수없이 소리쳤으나 구조대원들은 다가오지 안했다. 상당한 시간은 가고 몸은 더욱 지치고 세차게 떨렸다. 손도 떨려서 대원들과 문자도 주고 받기 어려웠다. 호흡도 어려워졌다. ‘아, 내가 내 정신을 수습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지켜주랴. 호흡을 놓치면 나는 영영 죽는다. 내가 죽으면 대원들은 며칠 지나서야 내 시체를 찾을 것이다. 저렇게 내 핸드폰을 조회하여 내 위치를 조회한다고 여러 번 해 놓고도 밤새 헤매고 다니니 기대할 수가 없다. 나는 대원들의 야호 소리가 잘 들리는데, 대원들은 내가 밤새 목이 쉬도록 소리쳐도 못 듣고 돌아다니니, 대원들이 모두 귀머거리들인가 보다’. 참으로 먹먹하다. 핸드폰 밧데리도 떨어져 가는데, 내 위치 정보를 확인하고도 내 위치를 모르고 ‘핸드폰의 GPS를 켜보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이제껏 GPS를 사용한 적이 없어서 ‘사용법을 모르니, 내 소리 나는 곳으로 와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빗방울도 떨어지고 어두운 계곡에서 들러오는 까마귀 울음 소리에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머리 끝이 쭈뻣쭈뻣해 지고 짙은 어둠 속에서 길 없는 산을 오르는 무거운 발걸음은 천근 무게였다. 나의 절규와 기도를 들어 주신 것인지, 바위와 잡목 우거진 계곡을 헤맬 때 들렸던 까마귀의 음습한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산 속의 밤 공기는 차갑고 밤 바람은 더욱 차가웠다. 비탈에 선 나무들에 몇 번이나 기대어 쉬면서 산 정상 부근에 간신히 올라왔으나, 앉아서 쉴 곳을 찾았다. 어둠 속에서도 큰 바위가 있어서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 쪽으로 가서 앉을 곳을 찾았다. 바위가 조금 들어간 곳을 찾았으나, 산에 사는 독이 있는 뱀들이 비와 추위를 피해서 나 처럼 피신하고 있는지, 작은 산 짐승이라도 있는지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눌러서 불을 켜고 확인했으나 보이지 않았다. 비 맞은 낙엽을 끌어 모아서 앉았다.
등산화 안은 계곡물에 양말과 발이 흠뻑 젖어서 찬 냉기(冷氣)가 올라오고, 엉덩이도 젖은 낙엽에서 찬 기운이 올라 오고, 차가운 밤바람은 나의 몸을 몰아쳤다. 내가 살아 남으려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바위 안 쪽으로 조금 공간이 있으나 바위는 차가워서 나의 체온을 빼앗기 때문에 찬 산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기댈 수가 없었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밤 7시 20분경, 가평소방서에서 ‘지금 저희 구조대원들이 선생님을 찾기 위해서 석룡산 일대를 수색중입니다. 문자를 보게 되시면 연락바랍니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지옥에서의 구세주다. 그러나 전화는 안 되고, 문자는 여러 번 시도 끝에 발송되었다. ‘저희 대원들이 선생님 근처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들리면 큰 소리로 대답해 주세요’. ‘들리지 않습니다’. 이러기를 여러 번 했다.
시간은 가고 대원들의 소리는 들리지 안했다. 산을 오를 때, 저 편 산 계곡에서 들리던 큰 개 짖는 소리가 나의 바로 머리 위 몇 미터 지척에서 들렸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큰 야생 개가 배 고파서 사람 냄새를 맡고 먼 이곳까지 찾아와서 어둠 속에서 나를 불시에 공격할 것만 같았다. 나는 산길에서 주어서 짚고 올라온 나무 지팡이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길목을 노려보고 발자국 소리가 나는지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핸드폰 불빛을 비추기 위해서 핸드폰을 손에 꽉 쥐고 공격에 대비했다.
구조대원들과 내가 서로 ‘야∼호∼’를 오랜 시간 수없이 주고 받고, 나의 바로 위 산 정상 쪽에서 구조대원들의 말소리까지 들렸다가 멀리 사라지길 두 번이나 했다. 나는 바위 밑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산등성이로 무릎이 깨지면서 올라갔다. 몇 시간 동안인지 모르게 아무리 목이 쉬도록 ‘야호’를 소리쳐도 응답이 없었다. 밤 바람이 너무나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바위 밑으로 내려가려다가 높이를 알 수 없는 바위 절벽애서 한참을 미끄러저서 집에 온지 일주일이 다 되는 지금도 왼쪽 옆구리 갈비뼈가 절리고 엉덩이 뼈가 아프다.
다시 큰 바위 밑으로 내려와서 축축한 낙엽 위에 앉으니, 밤 바람은 더욱 춥고 나의 몸은 흔들리며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찬 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바위 쪽 작은 공간으로 상체를 앞으로 굽힌 채, 몸은 뒤로 120도 쯤 젖히고 찬 바위에 닿지 않아야 하는 고난도(高難度) 요가 자세 같은 고통스러운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핸드폰 밧데리도 떨어졌으나, 다행히 예비용을 하나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구조대원들과 연락이 두절되어서 구조는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다. 예비용 밧데리도 나의 생명을 구해 주는 큰 역할을 했다.
목이 쉬도록 수없이 소리쳤으나 구조대원들은 다가오지 안했다. 상당한 시간은 가고 몸은 더욱 지치고 세차게 떨렸다. 손도 떨려서 대원들과 문자도 주고 받기 어려웠다. 호흡도 어려워졌다. ‘아, 내가 내 정신을 수습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지켜주랴. 호흡을 놓치면 나는 영영 죽는다. 내가 죽으면 대원들은 며칠 지나서야 내 시체를 찾을 것이다. 저렇게 내 핸드폰을 조회하여 내 위치를 조회한다고 여러 번 해 놓고도 밤새 헤매고 다니니 기대할 수가 없다. 나는 대원들의 야호 소리가 잘 들리는데, 대원들은 내가 밤새 목이 쉬도록 소리쳐도 못 듣고 돌아다니니, 대원들이 모두 귀머거리들인가 보다’. 참으로 먹먹하다. 핸드폰 밧데리도 떨어져 가는데, 내 위치 정보를 확인하고도 내 위치를 모르고 ‘핸드폰의 GPS를 켜보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이제껏 GPS를 사용한 적이 없어서 ‘사용법을 모르니, 내 소리 나는 곳으로 와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