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려와’와 ‘절대 못 내려가’ 백성과 권력의 싸움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6. 11. 15(화) 16:55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2항)’고 규정하고 있다.
주권자요 모든 권력의 근원(根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대표자를 뽑아서 권력을 위임한다. 그런데 위임 받은 대표자, 권력자가 권력을 위임해 준 주인인 국민의 뜻에 어긋나고 따르지 않고,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고 국민을 속이고 국민을 겁박하고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나쁜 권력 행사자가 되는 역사를 수없이 보아 왔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비선(秘線)실세 비리 게이트와 국정 농단의 한복판에 선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비상시국이고 혁명적 상황이다. 소설 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날마다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봉건 왕조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좌절과 허탈감,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지난 토요일, 11월 12일(토)은 내가 지난 수요일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60년 4·19민주혁명과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1987년 6월민중항쟁과 같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3차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100만 명, 경찰은 26만 명이라고 집계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참가자는 정말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지하철 이용승객 수로 계산한 서울시의 집계는 126만 명이고, 고속버스와 관광버스, 열차와 항공기로 올라온 인원까지 합하면 150만 명이 가까운 군중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쇠파이프, 물대포, 쓰레기 없는 ‘3무(無)의 시위’였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야 3당이 당원보고대회를 청계광장 등에서 개최한 후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비박(박근혜 대통령 계보가 아닌 국회의원들)계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참가했다.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대전 등 지방에서도 촛불은 타올랐다. 워싱턴, 뉴욕, 파리, 베를린, 도쿄 등 해외 교포들도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들었다.
나도 오후 4시경부터 밤늦게까지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시위대를 따라서 행진했다. 숭례문에서부터 광화문 앞까지 발디딜틈이 없이 사람 물결에 밀려서 다녀야 했다.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현장, 역사적인 현장을 보여주기 위하여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도 많았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시민, 종교단체, 민주노총 등 1,50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조직과 단체의 구성원은 극히 일부이고 80∼90%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수많은 손팻말 중에서 ‘좋은 말로 할 때 내려와라’는 말이 내 눈길을 끌었다. 촛불은 거대한 촛불의 바다가 되고 분노의 횃불이 되어 서울 중심가를 휩쓸었다.
지난 번 집회 때와 같이 경찰은 교통 방해 등의 이유로 세종대왕 동상 뒤로의 행진을 불허했으나, 국민의 뜻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고 집회 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자유권이라는 이유로 법원이 허가해서 청와대에서 900m 떨어진 내자동 사거리까지 시위대가 진출했다. 경찰과 밀고 당기는 시위를 하고 연좌 농성을하다가, 경찰과 시민 8명이 부상당하고 새벽 4시경에 강제 해산당하고 23명이 연행 조사 받고 풀려났다.
동네 통장이나 반장만 해도 물러나라고 하면 서운하고 유감 사고 불쾌해 하고 잘 물러나지 않는다. 갖가지 변명과 거짓, 연극과 반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하물며 엄청난 국가권력과 엄청난 금력을 장악하고, 큰 명예와 수많은 인사권을 장악하는 국가 원수(元首)의 자리인 대통령은 총을 맞더라도 물러나기 어려운 자리다. 대통령의 진퇴는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와 여당, 공공기관 등에 걸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명운이 좌우되는 일이다.
이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 100만 촛불 민심이고 5,000만 국민의 명령이다. 더 이상 우물쭈물하면 더 큰 충돌과 불행이 찾아올 뿐이다. 1894년 갑오농민혁명, 1919년 3·1운동, 4·19민주혁명, 1980년 5월광주민중항쟁, 6월민중항쟁도 민중의 희생과 피흘림을 보고서야 쟁취되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명언이 있다. 밑 모를 캄캄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절망과 고통과 치욕을 맛보겠지만, 이것은 대통령 본인이 지은 업보(業報)요, 피하기 어려운 운명의 잔(盞)이다.
등산을 할 때도 산을 오를때 보다도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 발을 삐긋 할 수도 있고, 발을 헛디뎌 넘어져서 허리를 다칠 수도 있다. 우리 인생도 말년을 조심해야 한다. 과욕(過慾)이나 노욕(老欲)을 절제하지 않으면 노추(老醜)를 드러내서 주위의 지탄과 외면을 받게 된다. 한 번 맛을 들이면 끊기가 어렵다는 마약과 같다는 권력은 한 번 코 박고 맛을 보게 되면 마약 보다 더 끊기가 어렵다.
조직이 크든 작든 리더는 고뇌에 찬 결단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일이 많다. 하물며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은 고독하고 험난한 결단을 해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대통령의 진퇴(進退)를 결정하는 결단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정말 어렵고 중요한 결단이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준엄함 심판대에 서야 할 운명을 맞이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버리는 결단을 해야 한다. 자신 때문에 국정 공백상태가 커지고 국정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고, 국민의 명령대로 ‘즉각 퇴진’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마지막 할 일이다. 즉각 퇴진 후의 일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든 수습책은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리적인 논의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수립되고 시행될 것이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주권자요 모든 권력의 근원(根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대표자를 뽑아서 권력을 위임한다. 그런데 위임 받은 대표자, 권력자가 권력을 위임해 준 주인인 국민의 뜻에 어긋나고 따르지 않고,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고 국민을 속이고 국민을 겁박하고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나쁜 권력 행사자가 되는 역사를 수없이 보아 왔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비선(秘線)실세 비리 게이트와 국정 농단의 한복판에 선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비상시국이고 혁명적 상황이다. 소설 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날마다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봉건 왕조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좌절과 허탈감,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지난 토요일, 11월 12일(토)은 내가 지난 수요일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60년 4·19민주혁명과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1987년 6월민중항쟁과 같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3차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100만 명, 경찰은 26만 명이라고 집계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참가자는 정말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지하철 이용승객 수로 계산한 서울시의 집계는 126만 명이고, 고속버스와 관광버스, 열차와 항공기로 올라온 인원까지 합하면 150만 명이 가까운 군중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쇠파이프, 물대포, 쓰레기 없는 ‘3무(無)의 시위’였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야 3당이 당원보고대회를 청계광장 등에서 개최한 후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비박(박근혜 대통령 계보가 아닌 국회의원들)계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참가했다.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대전 등 지방에서도 촛불은 타올랐다. 워싱턴, 뉴욕, 파리, 베를린, 도쿄 등 해외 교포들도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들었다.
나도 오후 4시경부터 밤늦게까지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시위대를 따라서 행진했다. 숭례문에서부터 광화문 앞까지 발디딜틈이 없이 사람 물결에 밀려서 다녀야 했다.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현장, 역사적인 현장을 보여주기 위하여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도 많았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시민, 종교단체, 민주노총 등 1,50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조직과 단체의 구성원은 극히 일부이고 80∼90%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수많은 손팻말 중에서 ‘좋은 말로 할 때 내려와라’는 말이 내 눈길을 끌었다. 촛불은 거대한 촛불의 바다가 되고 분노의 횃불이 되어 서울 중심가를 휩쓸었다.
지난 번 집회 때와 같이 경찰은 교통 방해 등의 이유로 세종대왕 동상 뒤로의 행진을 불허했으나, 국민의 뜻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고 집회 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자유권이라는 이유로 법원이 허가해서 청와대에서 900m 떨어진 내자동 사거리까지 시위대가 진출했다. 경찰과 밀고 당기는 시위를 하고 연좌 농성을하다가, 경찰과 시민 8명이 부상당하고 새벽 4시경에 강제 해산당하고 23명이 연행 조사 받고 풀려났다.
동네 통장이나 반장만 해도 물러나라고 하면 서운하고 유감 사고 불쾌해 하고 잘 물러나지 않는다. 갖가지 변명과 거짓, 연극과 반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하물며 엄청난 국가권력과 엄청난 금력을 장악하고, 큰 명예와 수많은 인사권을 장악하는 국가 원수(元首)의 자리인 대통령은 총을 맞더라도 물러나기 어려운 자리다. 대통령의 진퇴는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와 여당, 공공기관 등에 걸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명운이 좌우되는 일이다.
이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 100만 촛불 민심이고 5,000만 국민의 명령이다. 더 이상 우물쭈물하면 더 큰 충돌과 불행이 찾아올 뿐이다. 1894년 갑오농민혁명, 1919년 3·1운동, 4·19민주혁명, 1980년 5월광주민중항쟁, 6월민중항쟁도 민중의 희생과 피흘림을 보고서야 쟁취되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명언이 있다. 밑 모를 캄캄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절망과 고통과 치욕을 맛보겠지만, 이것은 대통령 본인이 지은 업보(業報)요, 피하기 어려운 운명의 잔(盞)이다.
등산을 할 때도 산을 오를때 보다도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 발을 삐긋 할 수도 있고, 발을 헛디뎌 넘어져서 허리를 다칠 수도 있다. 우리 인생도 말년을 조심해야 한다. 과욕(過慾)이나 노욕(老欲)을 절제하지 않으면 노추(老醜)를 드러내서 주위의 지탄과 외면을 받게 된다. 한 번 맛을 들이면 끊기가 어렵다는 마약과 같다는 권력은 한 번 코 박고 맛을 보게 되면 마약 보다 더 끊기가 어렵다.
조직이 크든 작든 리더는 고뇌에 찬 결단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일이 많다. 하물며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은 고독하고 험난한 결단을 해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대통령의 진퇴(進退)를 결정하는 결단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정말 어렵고 중요한 결단이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준엄함 심판대에 서야 할 운명을 맞이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버리는 결단을 해야 한다. 자신 때문에 국정 공백상태가 커지고 국정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고, 국민의 명령대로 ‘즉각 퇴진’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마지막 할 일이다. 즉각 퇴진 후의 일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든 수습책은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리적인 논의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수립되고 시행될 것이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