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언론에 ‘PET’ 혹은 ‘PET/CT’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암을 제일 잘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참가한 패널들이 어리둥절해하고 답을 모르자, 해당 프로그램의 MC가 “애완용 동물의 영어단어와 발음이 같다”라는 힌트를 주고서야 정답을 맞히는 출연자가 나왔다.

사전적인 의미로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는, 몸의 신진대사에 이용되는 포도당과 유사한 물질에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시킨 약물을 주사함으로써, 온몸의 당대사 과정을 단층 촬영하는 영상 검사이다.

PET/CT는 PET의 기능적 영상에 몸의 구조적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CT(Computer Tomography: 컴퓨터 단층 촬영)의 해부학적 영상을 융합해, 암이나 염증성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우리 몸의 질병 대부분은 해부학적인 형태의 변화가 생기기 전에 기능적·생화학적 변화가 나타난다. 기존의 암 진단에 사용돼 왔던 X-선 검사, 초음파 검사는 물론 CT나 MRI까지 모두 해부학적인, 즉 구조적인 형태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암의 경우 크기가 1cm 정도는 돼야 이 방법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암세포는 이러한 해부학적 변화를 보이기 이전부터 포도당이나 아미노산의 대사 양상이 정상세포와는 월등히 다른 변화를 보인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포도당 섭취가 매우 높다. 그러므로 포도당과 유사한 종류의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부착해(F-18 FDG) 주사한 후, 온몸을 촬영하면 암 부위에서는 이것의 섭취가 높으므로, 양전자를 다량으로 방출한다. 즉, 온몸의 어디에 그 암이 있더라도, 그리고 비교적 그 크기가 작더라도(6mm 내외) 암이 위치한 부위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PET만 가지고 확실한 이상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제한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감염이나 물리적 염증이 있는 부위에서 포도당 대사가 증가돼 F-18 FDG의 섭취가 올라갈 수 있다. 또한 정상적인 뇌조직이나 심장근육에서 포도당의 섭취가 높다. 포도당은 신장을 통해 요로와 방광으로 배설되므로, 이 부위에서는 실질적인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위장관에서 섭취 증가를 보일 수 있으며, 근육조직이 생리적으로 섭취증가를 보이기도 한다. PET만으로는 몸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을지 진단적 예민도는 높으나, 실제로 이상이 있는지 혹은 정상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진단적 정확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PET에 CT가 결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CT는 ‘어디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적 특이도가 높으며 해부학적 위치를 명확히 보여 주는 검사 방법이다.

PET와 CT를 융합한 PET/CT는 질환의 유무를 예민하게 관찰하면서 그 구조적 변화와 위치를 함께 정확히 관찰할 수 있게 됐다. PET/CT를 통해 진단적 정확성은 높아졌고, 그 임상적 이용가치 또한 커졌다. 따라서 PET/CT를 이용한 암 조기 진단의 길이 열렸다.

종양의 진단부터 치료의 全과정, 치료 후 재발 유무를 관찰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PET/CT가 필요하다.

이미 조직검사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는 단 한 번의 전신 PET/CT로 병기의 결정, 전이 여부의 판정이 가능하다. 악성 종양이 의심되는 환자에게는 조직검사 부위를 결정할 때 도움을 주며, 몸의 어딘가에 혹이 있을 때는 악성과 양성 종양의 감별에 PET/CT를 이용할 수 있다.

F-18 FDG의 섭취율 양상은 암의 악성도 결정과 예후 판정에 유효하며,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후 치료 효과에 대한 평가가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항암제 치료의 경우, 치료약제의 효과 판정을 할 때, 치료 시작 2개월이 지나서야 CT나 MRI 등으로 종양 크기의 감소 상태를 측정해 판정했다. PET/CT는 항암제 치료 후 1~2주 후면 비록 종양 크기의 감소 변화는 없더라도, F-18 FDG 섭취율의 감소를 관찰함으로써 약제의 유효성을 판정할 수 있다.

어디서 시작된 암인지 모르는 전이성 암인 경우, PET/CT는 원발병소를 찾는 데 쓰이며, 암표식자가 증가된 환자에게는 원발암과 전이암의 발견이 가능하다.

장기간 몇 달에 한 번씩 열이 나서 고통을 받거나 열병은 있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전신 PET/CT는 열이 나게 하는 병소를 찾아준다. 당뇨 환자나 쇠약한 노인에게서 흉부 X-선상 결핵소견이 나왔을 때, 그것이 활동성인지 비활동성인지 감별하는 역할이 가능하며,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게서는 어느 관절까지 병이 침범했는지 전신 PET/CT를 통해 밝혀 줄 수 있다.

흉부 X-선 검사나 조기 폐암 검진을 위해 흉부 CT 촬영을 했을 때 작은 결절이 나타나 이를 두고 고민해 본 적은 없었는가? 복통은 계속되는데 내시경이나 초음파, 심지어는 복부 CT를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을 때, 췌장암이나 기타 질환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는가?

일반 종합검진에는 건강하다고 나오는데, 체중이 계속 줄어들어 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적은 없었는가? 5∼10년 동안 검사는 하지 않고 계속 담배만 피우고, 운동을 게을리 했으니, 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겠다는 짐작으로 겁만 먹고 지내지는 않았는가?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에게 어딘가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또는 수년에 한 번씩 똑같은 검사 방법으로 반복 검사만 하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있는데 일반적인 검사로는 아무런 이상을 찾을 수 없을 때 나는 주저 없이 PET/CT를 권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04년 일본에서는 암 검진을 목적으로 10년간의 PET 적용 경험을 보고 했다. 11개 PET 검진 센터에서 3만9785명의 無증상 수검자가 시행받았는데, 총 검진자의 1.35%인 526명에게서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 일반 검진에서 0.1%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발견율이다.

대만에서는 3631명의 PET 검진자 중 1.29%인 47명에게서 암이 발견됐고, 대부분 수술 치료가 가능한 조기암이었다고 보고됐다.

일부 환자들은 "PET/CT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물질이 주사로 몸에 주입되고, 전신 CT를 함께 하니 많은 양의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이 있어날 수 있지 않냐"고 염려한다. 전신 PET/CT 전체에서 받는 방사선 피폭의 양은 일반적인 CT, 즉 복부 CT 또는 흉부 CT 등을 1회 촬영할 때와 비슷하다.

진단에 사용되는 검사 방법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어느 한 방법만으로 지금까지 유용하게 사용해 왔던 것을 대체하기에는 질환의 다양한 양상이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예민하면서 명백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하나가 전신 PET/CT 방법이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의사와 환자의 긴밀한 협조가 있을 때, 유용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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