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끗발이 그렇게도 쌨던가. 그 어떤 권력자보다도 더 뻣뻣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상식과 원칙에 적절한 일이라면 또 모른다. 그렇지 못해 보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마치 오기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사주를 받았던가. 물론 추론이다. 문제의 발단은 고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 때문이다. 문제의 주치의는 사망진단서에 ‘급성경막하출혈’로 기록했다. 그런데 이윤성 서울대학교 사망진단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외인사가 맞다고 했다. 그는 특히 법의학자다. 서창석 사울대학병원 원장도 서울대학병원 공식 입장으로 인정했다. 당사자인 주치의도 퇴원기록에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인정하면서 친필서명까지 했다. 서울대병원은 백 씨의 상병코드를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기재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11차례나 건강보험급여를 청구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정작 사망진단서에는 전혀 다른 기록을 남겨버린 것이다. 이렇게 왜곡된 사망진단서인데도 절대로 변경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의사들도 문제 있다고 강력히 항의하는 데도 말이다. 문제를 인정하는 서울대학병원도 마찬가지다. "사망진단서 변경권한은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에게 있다"면서 면피성 발언만 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물론 주치의도 나름대로의 의견으로 항변했다. “백씨는 사망 6일 전부터 급성신부전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유족의 뜻에 따라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았다. 최선의 진료가 이뤄졌는데도 백씨가 사망했다면 진단서에는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는 더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살인적인 물대포를 맞는 순간부터 엄청난 부상이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능성이 없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담당 의사의 소견도 그랬다는 것이고. 때문에 유족들도 편안히 보내드리기 위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빌미삼아 ‘외상성 경막하출혈’에서 ‘급성경막하출혈’로 바꿔버린 것이다. 참으로 희한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기록하는 것과 ‘급성경막하출혈’로 기록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어서 이렇게도 난리법석들일까.” 하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결론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백 씨 사망에 대한 책임문제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외인사가 아니라면 물대포로 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자들에게 자칫 면죄부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극단의 경우에는 말이다. 하지만 외인사가 되면 그 책임은 사망에 이르게 한 자들에게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중대한 문제가 걸린 사건에 주치의는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아니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외부의 강력한 입김이 있었거나. 지금 일부에서는 형법상 처벌할 수 있는 '허위진단'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여하튼 사망원인은 부검이 없다하더라도 천하가 다 아는 외인사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해당 병원인 서울대학병원도, 전국의 수많은 의사들도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담당주치의는 바꿔야 된다고 본다. "주치의 고유권한"이란 입장만 고수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다. 사실 주치의 권한이라는 것은 법에 명문화 된 것도 아니다. 단지 자기들만의 관습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를 악용하면 안 된다. 전가의 보도처럼. 이처럼 전국의 최대관심사인 것도 이러는데 “일상적인 사망진단서는 어떨까”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생각만 든다. 소름끼친다. 빠른 해결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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