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천진난만한 6세 어린이가 또 숨졌다. 숨진 어린이는 투명 테이프로 온몸이 묶인 채 17시간 동안 방안에 방치됐던 것으로 확인된 천인공노할 사건이다. 어린 자녀에게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 것인지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지금 이 나라는 안보불안·정치불안 등 어려운 판국에 인륜을 저버린 아동폭행 사망 사건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최근 온 국민이 치를 떨어야 할 사건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 광주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던 가장이 부인과 두 자녀를 살해하고 투신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2월 8일 경남 창녕에서는 집을 나간 어머니를 보고 싶다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죽인 아버지가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또 계모가 “길에다 버렸다”던 ‘평택 실종 아동’ 원영이가 지난 2월 12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계모는 평소 원영이가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때리고 굶기며 학대를 일삼다가 아이를 차가운 욕실에 가뒀다고 한다. 무사하기만을 바랐던 시민들의 간절한 기도는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가정 내 학대에 따른 죽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젠 분노를 지나 허탈감마저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입양한 6살 딸이 학대로 숨지자 시신까지 불태운 끔찍한 사건이다. 경기 포천시의 주모 씨와 김모 씨는 지난 달 29일 아파트에서 온몸을 테이프로 묶어놓고 17시간 동안 굶긴 A양이 죽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뒤 1일 인천소래포구축제장에 놀러갔다가 아이가 없어진 것처럼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분석 끝에 아이가 함께 오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을 긴급 체포 했다.

양부모는 아이의 친엄마에게 아이가 실종됐다고 속여 수소문하게 만드는 등 반성은 커녕 범행을 은폐하려한 치밀함도 보였다고 한다.

물론 사건의 1차 책임은 인간성을 상실한 양부모에게 있다. 하지만 이웃과 어린이집 등 사회가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예방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이가 한 달 전부터 유치원에 나가지 않았는데도 이웃이나 유치원이 무관심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학대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큰데도 이웃의 신고가 없었다고 한다.

정부가 그동안 10차례나 아동학대 대책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었지만 기본적인 ‘사회 관심망’ 조차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아동학대 범죄 예방은 온 국민이 나서야 할 국가적 과제다. 최근 5년간 12세 미만 아동 197명이 살해당했고, 학대건수도 4만999건에 이른다고 한다. 모두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어른들이 저지른 만행이다.

그동안에는 허술한 제도와 문화가 한 아이의 죽음이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지금도 아동보호전문기관, 보호시설 인력과 예산 지원이 부족해 전문적인 상담, 치료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2013년 울산 초등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법이 개정됐다지만 아동센터의 예산, 인력, 권한이 뒷받침돼야 할 일을 다 할 수 있다.

어쨌든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건 지역의 네트워크다. 주민 센터 공무원이나 교사 등이 의무교육 미취학자나 장기 무단결석 아동의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확인토록 하는 ‘아동학대 조기발견체계구축’계획이 하루빨리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 집안에만 갇혀 있는 아이를 찾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 조기발견 및 관리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무단결석 이틀째에도 연락이 안 되면 교직원과 읍면동 주민 센터 사회복지 업무 담당자가 2인 1조로 가정을 방문하고, 그래도 아동의 소재와 안전이 파악되지 않으면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도 사건이 터지면 온 사회가 분노로 들끓고 정부는 처벌강화 등 대책 내놓기에만 바쁘다.

하지만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비슷한 사건이 터지고 대책은 작동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이웃과 주민자치센터, 학교 등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범사회적 관심망이 절실하다.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아동학대 범죄 예방은 온 국민이 나서야 할 국가적 과제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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