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양극화의 심화가 북핵 보다 더 무섭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입력 : 2016. 09. 06(화) 17:00
지금 온 나라와 나라 밖 사방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를 두고 난리다. 며칠 전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고위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하여 법적 조치를 회피하면 안된다.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공직자수사처가 필요하다. 나의 의견이 아니고 국민의 여론을 대변해서 말하겠다.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은 이해되지만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부족해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고 했다.
고위 공직자는 야당인 더블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말할 것도 없고 기권층을 대변하는 보수적인 조중동(朝中東) 주류 신문과 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칭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관한 정 의장의 발언은 국회의원으로나, 국회의장으로나 내가 보기에 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말이었다.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표현도 아니고, 있는 현실과 국민 여론을 전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바로 개원사를 하는 도중에 여당은 정 의장의 발언에 항의하면서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의원총회 등을 거듭하다가 밤 11시에 30여명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방문하여 항의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정 의장 앞에서 손을 내리치면서 ‘사과하세요. 사과하지 않으려면 사퇴하세요’라고 윽박질렀다. 방송인 출신 한선교 의원은 국회의장 경호관의 멱살을 잡는 폭력도 행사해서 전직 경찰관 출신 모임의 항의를 받고 있다.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고 하지만 그 정도의 의사표현도 할 수 없다면 국회의장은 식물인간이 되라는 것밖에 안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상위 10% 계층의 소득 집중도(2012년 기준) 44.9%로 세계 주요 선진국 중에서 47.8%의 미국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에는 상위 10% 계층의 소득 집중도는 29.2%로 보통 수준이었다. 그 이후 빠른 속도로 상승해서 2000년 35.8%, 2008년 43.8%, 2012년 44.9%가 되고 2016년 현재는 미국을 앞지르고 금메달을 따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계가 부러워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과실이 상위 10% 계층으로 집중되었음을 실증하고 있는 자료이다. 상대적 빈곤율, 지니계수, 저임금 근로자 비중 등 불평등 지표들은 심각한 경고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양극화는 세계화와 정조기굴 진보,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선진국가인 OECD 국가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긴 하다. 그러나 양극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소득의 집중도가 너무 심하다면, 국가사회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기간에 비정규직 근로자와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양극화의 결과이다. 저출산, 청년실업, 높은 자살율, 상대적 빈곤층의 급증, 노사문제 등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갈등과 고통의 문제는 그 근저에 부(富)의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명백하고 심각한 문제를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이 모른 척 외면하고 회피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 통합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상처와 불만이 겹치고 쌓이면 그 부작용과 반작용(反作用)이 언제 어떤 형태로 터져 나올지 알 수가 없다.
지금 중국 항조우(杭州)에서는 현재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모임인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나서 ‘북핵의 위협이 없어지면 사드도 철수시킨다’고 하고, 시진핑 주석은 ‘지금 한반도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고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했다. 시 주석은 항일 독립운동 당시 중국이 백범 김구 선생을 도와준 일을 상기시키면서 ‘물을 마시면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의 ‘음수사원(飮水思源)’을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다름을 조화시켜서 같음을 추구한다(求同化異)’고 하고, 시 주석은 ‘다름 속에서 같음을 추구한다(求同存異)’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면서 가족과 함께 본 영화 ‘부산행’이 자주 생각난다. 환자에게 물리면 죽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물어서 정신병자로 만들어 버리는 전염병이 번지는 부산행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스토리가 북핵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현실이 자꾸만 연상되곤 한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남북 간의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지속적인 교류협력과 대사 교환 등 평화협정 채결, 북한의 동맹국 러시아와 1990년 한·러 국교 정상화, 북한의 혈맹국가 중국과는 1992년 한·중 국교 정상화를 이루어서 지금 형제국가처럼 오가며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 우방 일본과 혈맹 미국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는 미국과 일본의 거절로 북·일 수교도, 북·미 수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약소국가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수단으로 ‘하늘이 무너져도 핵 개발 포기나 중단은 없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모든 대화와 교류 협력이 막힌 상태에서 북한 보고 핵 포기만 하라고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체제 붕괴나 흡수 통일은 천문학적 통일비용과 불가측의 상황 전개 등으로 우리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20여 년 간 교류협력해서 통일을 이룬 동서독처럼 쉬운 것부터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일관성 있게 지속하면서 남북, 북미, 북일 수교를 하는 것이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외면하고 배척하면서, ‘북핵이다’. ‘사드 배치다’ 하면서 눈 앞의 위험과 현상만 바라보며 서로 싸우고 갈등하고 대립하는 모습이 영화 ‘부산행’의 장면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만의 지나친 상상력일 것인가.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고위 공직자는 야당인 더블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말할 것도 없고 기권층을 대변하는 보수적인 조중동(朝中東) 주류 신문과 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칭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관한 정 의장의 발언은 국회의원으로나, 국회의장으로나 내가 보기에 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말이었다.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표현도 아니고, 있는 현실과 국민 여론을 전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바로 개원사를 하는 도중에 여당은 정 의장의 발언에 항의하면서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의원총회 등을 거듭하다가 밤 11시에 30여명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방문하여 항의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정 의장 앞에서 손을 내리치면서 ‘사과하세요. 사과하지 않으려면 사퇴하세요’라고 윽박질렀다. 방송인 출신 한선교 의원은 국회의장 경호관의 멱살을 잡는 폭력도 행사해서 전직 경찰관 출신 모임의 항의를 받고 있다.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고 하지만 그 정도의 의사표현도 할 수 없다면 국회의장은 식물인간이 되라는 것밖에 안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상위 10% 계층의 소득 집중도(2012년 기준) 44.9%로 세계 주요 선진국 중에서 47.8%의 미국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에는 상위 10% 계층의 소득 집중도는 29.2%로 보통 수준이었다. 그 이후 빠른 속도로 상승해서 2000년 35.8%, 2008년 43.8%, 2012년 44.9%가 되고 2016년 현재는 미국을 앞지르고 금메달을 따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계가 부러워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과실이 상위 10% 계층으로 집중되었음을 실증하고 있는 자료이다. 상대적 빈곤율, 지니계수, 저임금 근로자 비중 등 불평등 지표들은 심각한 경고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양극화는 세계화와 정조기굴 진보,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선진국가인 OECD 국가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긴 하다. 그러나 양극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소득의 집중도가 너무 심하다면, 국가사회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기간에 비정규직 근로자와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양극화의 결과이다. 저출산, 청년실업, 높은 자살율, 상대적 빈곤층의 급증, 노사문제 등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갈등과 고통의 문제는 그 근저에 부(富)의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명백하고 심각한 문제를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이 모른 척 외면하고 회피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 통합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상처와 불만이 겹치고 쌓이면 그 부작용과 반작용(反作用)이 언제 어떤 형태로 터져 나올지 알 수가 없다.
지금 중국 항조우(杭州)에서는 현재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모임인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나서 ‘북핵의 위협이 없어지면 사드도 철수시킨다’고 하고, 시진핑 주석은 ‘지금 한반도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고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했다. 시 주석은 항일 독립운동 당시 중국이 백범 김구 선생을 도와준 일을 상기시키면서 ‘물을 마시면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의 ‘음수사원(飮水思源)’을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다름을 조화시켜서 같음을 추구한다(求同化異)’고 하고, 시 주석은 ‘다름 속에서 같음을 추구한다(求同存異)’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면서 가족과 함께 본 영화 ‘부산행’이 자주 생각난다. 환자에게 물리면 죽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물어서 정신병자로 만들어 버리는 전염병이 번지는 부산행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스토리가 북핵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현실이 자꾸만 연상되곤 한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남북 간의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지속적인 교류협력과 대사 교환 등 평화협정 채결, 북한의 동맹국 러시아와 1990년 한·러 국교 정상화, 북한의 혈맹국가 중국과는 1992년 한·중 국교 정상화를 이루어서 지금 형제국가처럼 오가며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 우방 일본과 혈맹 미국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는 미국과 일본의 거절로 북·일 수교도, 북·미 수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약소국가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수단으로 ‘하늘이 무너져도 핵 개발 포기나 중단은 없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모든 대화와 교류 협력이 막힌 상태에서 북한 보고 핵 포기만 하라고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체제 붕괴나 흡수 통일은 천문학적 통일비용과 불가측의 상황 전개 등으로 우리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20여 년 간 교류협력해서 통일을 이룬 동서독처럼 쉬운 것부터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일관성 있게 지속하면서 남북, 북미, 북일 수교를 하는 것이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외면하고 배척하면서, ‘북핵이다’. ‘사드 배치다’ 하면서 눈 앞의 위험과 현상만 바라보며 서로 싸우고 갈등하고 대립하는 모습이 영화 ‘부산행’의 장면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만의 지나친 상상력일 것인가.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