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도 잃어버린 다섯 살 시리아 아이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입력 : 2016. 08. 23(화) 16:57
남미 브라질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자기 나라 명예를 걸고 금빛 메달을 따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모두 쏟고 있는 올림픽도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지난 주에 시리아 내전에서 온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를 울렸다. 영웅 탄생의 장(場)도 되고, 영웅들이 소리 없이 퇴장하는 장도 되는 올림픽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만남을 기약하고 8월 22일 폐막되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9개로 8위를 차지했다.
나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스타로 탄생한 선수들도 훌륭하지만, 남북 여자 체조선수들이 스마트폰 셀카를 찍는 모습의 사진 한 장에 더 관심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CNN은 ‘남북한 체조선수들, 올림픽에서 잠시나마 하나로 뭉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이은주 선수와 북한의 홍은정 선수가 지난 7일 리우 올림픽 아레나에서 나란히 서서 셀카를 찍고 있는 사진을 소개하면서, 이는 남북한의 선수들로서는 좀처럼 갖기 힘든 기회라고 전했다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올림픽의 정신을 진정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부르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정부군과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 사이에서 격전지 알레포 탈환을 두고 날마다 총격과 포탄을 퍼붓고 있다. 포격으로 무너진 알레포 건물 속에 하룻 밤을 묻혀 있다가 구조대원에 의해서 구조된 다섯 살 아이는 옴란이다. 건물이 포격을 맞고 무너지고, 캄캄한 잔해 속에서 극도의 공포를 겪고 구조되었을 때는 온몸이 먼지 투성이이고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악어가 그려진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아이는 이마는 찢기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아이는 비명도 울음도 터트리지 않았다. 40초짜리 이 동영상을 영국 BBC가 내보내자 세계는 분노와 슬픔에 빠졌다. 다섯 살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는가. 어른들은 입만 열면 사랑과 평화를 위한다고 하면서 한 시도 살인과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평화를 위한다고 서로 우겨대면서 살인과 부상, 파괴를 일삼는 전쟁 놀음을 그치지 않고 있다. 병원과 아이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쟁 규칙’도 깨진지 이미 오래다. 전쟁터에서 폭격과 건물 붕괴는 일상사가 되었다. 지난 주말 알레포에서 민간인만 180명이 죽었다. 이달 들어 어린이만 여든 명 넘게 죽었다.
사람은 참을 수 있는 어느 한계, 임계점을 넘으면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인 정신과 말과 행위가 나올 수 있다. 또는 극한의 충격과 고통, 극도의 절망과 슬픔에 부딪히면 정신이 붕 든 상태로 무반응, 무신경이 되어 버릴 수가 있다. 말도 울음도 잃어버리고 앞만 응시하고 있는 피투성이 아이는 울어 보았자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고통과 절망을 뼈아프게 충격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울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힘없는 일반인과 서민들이 어려운 위기와 위험에 처했을 때, 구조해 주고 도와주어야 할 정부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하는 존재로 나타나서 국민들이 분노와 슬픔에 빠진 기억들이 많다. 1960년 6·25한국전쟁 때, 현재 국군이 수도 서울을 잘 방어하고 있고 북진(北進) 중이니 안심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대 국민 육성 방송을 하고는 자기는 부산으로 도망해 버리고 한강 다리를 폭파해 버린 이승만 대통령, 가깝게는 2014년 4월 16일 배 밖으로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여러 차례 방송을 해 놓고 침몰하는 배에서 팬티 바람으로 제일 먼저 탈출해 버리는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있다.
배이든 비행기이든, 크고 작은 조직이든, 회사이든 국가이든 지도자, 즉 리더가 누구이고 어떤 역량과 인품의 소유자이냐가 그 조직과 조직 구성원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기주의와 물신(物神)주의가 판치는 21세기 고도지식정보사회에서 지구촌에서 날아드는 소식에 분노와 슬픔에 빠지는 경험을 수없이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살아남은 다섯 살 아이 사진 한 장의 울림으로 러시아는 46일 간의 휴전을 제안했다.
거친 파도 끝없이 밀려오는 고통의 바다, 고해(苦海)에서 숨을 헐떡이면서 어기어차 파도를 헤치며 살아가고 있는 중생들은 분노할 일도 많고 슬퍼해야 할 일도 많다. 벽에 부딪혀서 좌절하고 피 흘리는 상처도 많이 입는다. 아프고 억울해도 참아야 할 일도 많다. 참지 못하고 너 죽고 나 죽자고 욱하고 분노를 폭발시켜 버리면 더 큰 고통과 절망이 찾아올 뿐이다. 삶은 죽는 날까지 끝없이 참고 자기 성찰하고 부지런히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절망이 희망으로, 고통이 기쁨으로 변화되어 찾아오는 놀라운 운명의 변주(變奏)를 맛보게 될 것이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나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스타로 탄생한 선수들도 훌륭하지만, 남북 여자 체조선수들이 스마트폰 셀카를 찍는 모습의 사진 한 장에 더 관심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CNN은 ‘남북한 체조선수들, 올림픽에서 잠시나마 하나로 뭉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이은주 선수와 북한의 홍은정 선수가 지난 7일 리우 올림픽 아레나에서 나란히 서서 셀카를 찍고 있는 사진을 소개하면서, 이는 남북한의 선수들로서는 좀처럼 갖기 힘든 기회라고 전했다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올림픽의 정신을 진정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부르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정부군과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 사이에서 격전지 알레포 탈환을 두고 날마다 총격과 포탄을 퍼붓고 있다. 포격으로 무너진 알레포 건물 속에 하룻 밤을 묻혀 있다가 구조대원에 의해서 구조된 다섯 살 아이는 옴란이다. 건물이 포격을 맞고 무너지고, 캄캄한 잔해 속에서 극도의 공포를 겪고 구조되었을 때는 온몸이 먼지 투성이이고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악어가 그려진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아이는 이마는 찢기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아이는 비명도 울음도 터트리지 않았다. 40초짜리 이 동영상을 영국 BBC가 내보내자 세계는 분노와 슬픔에 빠졌다. 다섯 살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는가. 어른들은 입만 열면 사랑과 평화를 위한다고 하면서 한 시도 살인과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평화를 위한다고 서로 우겨대면서 살인과 부상, 파괴를 일삼는 전쟁 놀음을 그치지 않고 있다. 병원과 아이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쟁 규칙’도 깨진지 이미 오래다. 전쟁터에서 폭격과 건물 붕괴는 일상사가 되었다. 지난 주말 알레포에서 민간인만 180명이 죽었다. 이달 들어 어린이만 여든 명 넘게 죽었다.
사람은 참을 수 있는 어느 한계, 임계점을 넘으면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인 정신과 말과 행위가 나올 수 있다. 또는 극한의 충격과 고통, 극도의 절망과 슬픔에 부딪히면 정신이 붕 든 상태로 무반응, 무신경이 되어 버릴 수가 있다. 말도 울음도 잃어버리고 앞만 응시하고 있는 피투성이 아이는 울어 보았자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고통과 절망을 뼈아프게 충격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울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힘없는 일반인과 서민들이 어려운 위기와 위험에 처했을 때, 구조해 주고 도와주어야 할 정부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하는 존재로 나타나서 국민들이 분노와 슬픔에 빠진 기억들이 많다. 1960년 6·25한국전쟁 때, 현재 국군이 수도 서울을 잘 방어하고 있고 북진(北進) 중이니 안심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대 국민 육성 방송을 하고는 자기는 부산으로 도망해 버리고 한강 다리를 폭파해 버린 이승만 대통령, 가깝게는 2014년 4월 16일 배 밖으로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여러 차례 방송을 해 놓고 침몰하는 배에서 팬티 바람으로 제일 먼저 탈출해 버리는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있다.
배이든 비행기이든, 크고 작은 조직이든, 회사이든 국가이든 지도자, 즉 리더가 누구이고 어떤 역량과 인품의 소유자이냐가 그 조직과 조직 구성원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기주의와 물신(物神)주의가 판치는 21세기 고도지식정보사회에서 지구촌에서 날아드는 소식에 분노와 슬픔에 빠지는 경험을 수없이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살아남은 다섯 살 아이 사진 한 장의 울림으로 러시아는 46일 간의 휴전을 제안했다.
거친 파도 끝없이 밀려오는 고통의 바다, 고해(苦海)에서 숨을 헐떡이면서 어기어차 파도를 헤치며 살아가고 있는 중생들은 분노할 일도 많고 슬퍼해야 할 일도 많다. 벽에 부딪혀서 좌절하고 피 흘리는 상처도 많이 입는다. 아프고 억울해도 참아야 할 일도 많다. 참지 못하고 너 죽고 나 죽자고 욱하고 분노를 폭발시켜 버리면 더 큰 고통과 절망이 찾아올 뿐이다. 삶은 죽는 날까지 끝없이 참고 자기 성찰하고 부지런히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절망이 희망으로, 고통이 기쁨으로 변화되어 찾아오는 놀라운 운명의 변주(變奏)를 맛보게 될 것이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