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7일은 68주년을 맞는 제헌절이다. 그런데도 달력의 7월17일은 그냥 일요일일 뿐이다. 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공포를 기념하기 위한 국경일이다.

우리나라의 5대 국경일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법률 제 12915호) 제2조에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3월1일 삼일절(공휴일) ▲7월17일 제헌절(공휴일 아님) ▲8월15일 광복절(공휴일) ▲10월3일 개천절(공휴일) ▲10월9일 한글날(공휴일에서 빠졌다가 2014년부터 다시 공휴일)이다. 그러니까 7월17일 제헌절만 5대 국경일 중에서 유일하게 휴무하지 않고 있는 날이다. 따라서 7월17일 제헌절이 공휴일이 아니므로 2016년 7월17일은 일요일이지만, 대체공휴일이 되지 않는다. 7월17일은 분명 국경일인데도 쉬지 않는다. 자랑스런 우리나라 바로 대한민국의 헌법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선언한 날인데도 말이다.

헌법은 국가의 근본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법이다. 이 헌법이 중요한 이유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존중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공포된 것을 축복하고 이를 수호하며 준법정신을 높일 목적으로 제정된 국경일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 국경일이 공휴일이 아니다. ‘비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 삼백예순 남은 일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 삼천만 한 결 같이 지킬 언약 이루니 옛 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 이날은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 정인보 선생이 제헌절을 기념해 만든 노랫말이다.

‘옛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는 구절은 헌법 제정을 문학적으로 절묘하게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글피면 그런 제헌절이다.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으니까 벌써 8년째이던가. 어쨌든 건국 68주년을 표방하는 나라의 달력에서 제헌절이 달력의 숫자 색깔만큼이나 퇴색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제헌절은 사실상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한 단계 낮아진 국경일이 된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나라가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근원적인 이유와 맥이 닿아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물론 주 5일제로 인한 공휴일과 휴일증가로 쉬는 날이 많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제헌절이 쉬는 날에서 안 쉬는 날로 바뀌었다면 이 또한 더욱 실망스럽다.

결국 대한민국 건국 68주년을 맞으면서 대한민국 탄생의 기초가 되는 헌법제정일, 다시 말하면 제헌절은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국경일인 것과 법정 공휴일인 것 차이에는 엄연히 국민이 느끼는 정서적 온도차가 크다. 왜 국경일을 만들고 또 다시 법정 공휴일을 지정하는가.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잊혀 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그날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단지 국경일인 때와 그것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을 때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아마도 이렇게 몇 해가 흘러가면 제헌절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퇴색해 버리고 말 것 아니겠는가. 나라의 초석인 헌법이 탄생한 날이 법정 공휴일이 아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소한 일 년에 하루라도 오늘이 헌법의 탄생일이고, 이날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려면 제헌절은 법정공휴일로 환원돼야 마땅하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라의 기본은 두말할 필요 없이 헌법에서 나온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60여 년 전 역사는 그 헌법의 수난사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탄생한 순간까지 우리의 생활과 기억에서 거세될 지경에 이르렀다. 1948년 7월17일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한 제헌의원은 이제 단 한사람도 생존해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헌법은 살아있다. 제헌절을 국경일이자 법정공휴일로 명실상부하게 되찾는 것은 우리의 근간을 다시 생각하는 그 첫걸음이자 첫 단추가 될 것이다.

7월17일은 제헌절(制憲節)이다. 비록 68주년을 맞는 올해도 공휴일도 아니고 대체휴일도 없지만 온 누리에 태극기가 펄럭거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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