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임기가 시작된 20대 국회는 6월 13일(월)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들은 여소야대(與小野大)와 다당제(多黨制)로 정치판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서 축사를 하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20대 국회를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로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치의 목적은 쉽게 말하면 국민들을 편안하게 잘 살게 하는 데에 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장관도, 모든 공무원도 국민들을 평화롭게 행복하게 잘 살게 하기 위해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서 한시적으로 봉사하면서 존재한다. 국민의 삶, 즉 민생을 잘 챙기고 향상 발전시키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국회의 1차적인 직무요, 소명이다. 국민들의 일상생활, 민생은 그 의미와 범위, 종류는 너무나 넓고 많다. 그래서 행정부도 일일이 셀 수 없이 많은 부서와 기관들이 있고, 국회도 많은 상임위원회와 기관들이 설치되어서 운영되고 있다.

민생과 개헌 등 모든 정치적 행위의 기준은 권력이 아니라 오직 국민이어야 한다는 정 의장의 개원사 내용은 타당하다. 국민들의 고단한 삶과는 전혀 관계없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 입으로 하는 말은 가장 아름답고 그럴듯하게 하고 실제 행동은 돈과 권력, 이익을 위해서 다투는 막장 드라마는 이제 더 이상 용납될 수가 없다. 우리 국민들도 오랜 세월 독재자들의 탄압과 허망한 종말도 보았고, 가난과 전쟁을 이겨낸 과정 속에서 저력과 지혜를 얻었다.

경제적인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사람은 누구나 불안하고 삶의 밑바닥으로 떨어져서 편안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2천5백년 전에 공자는 소득이 보장되는 일정한 경제적인 활동(恒産)이 없으면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無恒心)을 가질 수 없다는 유명한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고 살아갈 수가 없다.

옛날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적으로 양반과 상놈으로 나누어져서 죽어도 신분을 바꿀 수가 없었지만,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있는 현대사회는 돈이 있으면 양반이요, 돈이 없으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비정하고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 너 나 것 없이 모두들 돈, 돈, 돈만 쫓는 ‘돈의 노예’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돈 때문에 강도, 살인, 심지어 형제 간, 부부 간, 부모와 자식 간에도 싸움은 없어질 날이 없다. 현대 자본주의는 ‘황금의 우상(偶像)숭배 시대’이다.

개헌 문제는 모든 국가적인 추진 정책과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고 논의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권 말기의 권력 누수(漏水). 레임덕(lame duck) 현상이 우려되는 정국에서는 대통령의 지도력의 약화 내지 공백상태가 급속도로 심화될 수 있는 개헌문제는 금기시되다시피 했다. 작년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개헌문제를 꺼냈다가 청와대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고 사과한 적이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피어린 민중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와 임기 5년의 대통령 단임제, 대통령 중심제를 골격으로 삼고 있다. 다양성과 혁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평화통일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대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원내각제이든, 4년 중임의 대통령제이든, 이원집정부제이든 정파나 권력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기준으로 두고 20대 국회가 개헌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6월 16일(목) 오전 10시, 국회접견실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의 취임 첫 기자 간담회에 초청 받고 국회출입기자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정 의장의 개원사에서 선언한 개헌 문제와 상시 청문회법 등에 관한 다른 기자들의 질의 후에 나는 통일문제를 질의했다. “의장께서 개원사에서 금기시되다시피 한 개헌문제에 관하여 과감하게 논의의 물꼬를 트셨는데, 통일문제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다. 제재와 압박이라는 이름으로 긴장과 대립의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비정상의 상태이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 병행하여 추진한다던가, 평화통일문제에 대해서도 정 의장께서 논의의 물꼬를 트시고 통일의 선봉에 서실 의향은 있으신지요?”

나의 질의에 대한 정 의장의 응답은 다음과 같다. “남북문제, 북한 핵 문제, 통일 문제는 우리 민족의 명운과 관련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북한 핵문제가 꼬이면서 전체적으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문제의 출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정말 마음이 무겁다. 특히 저는 개성공단에 정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제가 집권 여당 정책위 의장으로 있으면서 개성공단의 첫 삽을 뜰 때 남측 대표로 개성을 방문해서 기공식을 한 사람이다. 그 이후에 여러 번 개성공단에 방문하면서 마치 옥동자를 키우는 그런 심정이었다. 개성공단에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나름대로 성원을 해봤는데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거기에서 사업하던 기업인들이 고통을 받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임도 하락을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정말 마음이 아프다. 제가 개원을 할 때는 우려와 걱정만 표시했지 여기에 대해서 충분한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 이것은 핵문제가 아직도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핵 문제와 완전히 동떨어져서 추진될 수 없는 현실적인 점 때문이었다. 사실은 정부가 취하고 있는 여러 정책이나 태도에 대해 다른 생각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말씀을 자제해왔다. 이제 20대 국회가 활동을 시작하면 외교통일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여야 간의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 그런 내용이 정부, 대통령에게도 전달돼야 한다. 우리 민족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통일로 가는 주춧돌을 다 허물어버릴 것이 아니고 하나하나 모아가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20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민생문제라고 생각한다. 개헌이나 남북문제 등 지금까지 논의했던 여러 가지 보다도 최우선적으로 감당해야 할 문제는 민생 문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가 한 가지 일만 하는 곳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싱글 트랙이 아니고 멀티 트랙으로 가야 된다. 한 가지 일만 해서는 안된다. 왜 상임위가 그렇게 많겠나. 여러 가지 국정에 대한 일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하는 곳이 국회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두되 개헌, 특권 내려놓기, 국회법 개정, 남북문제, 외교문제 등 전체적으로 보고 멀티 트랙으로 일을 감당해야 되는 곳이 국회다. 아무튼 남북문제나 통일 문제는 어떻게 보면 우리 한민족의 미래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우리 국회가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될 그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