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신안군 어느 섬에서 일어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심심하면 일어나는 살인토막 사건에 충격을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또 한 번 큰 충격과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그 날 토요일 저녁 6시에 그 섬에 있는 초등학교에 3월부터 부임해서 근무하고 있는 20대 여교사가 혼자 저녁을 사먹으러 식당에 왔다. 식당 주인이자 학부모인 박모(49세) 씨는 알코올 도수 40도가 되는 인삼주 10여 잔을 권해서 취하게 하고, 주민 김모(38세)·이모(34세) 씨를 합석시켰다.

술에 취한 여교사를 식당에서 2.2Km 떨어저 있는 학교 관사에 까지 차로 데려다 준 박모 씨와 김모·이모 씨는 저녁 11시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식당에서 70m 떨어진 112파출소 앞을 14차례나 야간 음주운전으로 지나다니면서 성폭행을 했다. 2시간 30분 동안 박씨와 이씨는 두 번, 김씨는 세 번 차를 몰고 식당과 파출소, 산비탈길을 거처서 관사까지 어가며 범행을 모의하고 성폭행했다. 여교사를 태우고 관사로 떠난 후 30초 후에 이시가 차를 몰고 따라갔고, 김씨는 20분 뒤에 관사로 따라갔다. 이들이 7차례나 파출소 앞을 오가며 범행을 저지를 때, 목포경찰서 파출소에는 단 1명이 있었다.

피의자 3명은 범행 당시 초등학교 관사 앞에 10여 분 동안 차를 동시에 주차한 적도 있는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관사 방 안에도 1명이 있었고 방 밖에도 1명이 있었고, ‘방에서 빨리 나오라’는 말소리도 들었다는 피해 여교사의 진술도 있었다. ‘관사에 간 적도 없다. (현장에서 나온 검출된) DNA는 죄송하다’고 한 김씨는 이번 조사과정에서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2007년 1월 대전 서구 갈마동 20세 여성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로 확인되었다.

뻔뻔한 성폭행 피의자들의 범행과 태도에 전 국민이 충격과 분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육지와 격리된 섬이라는 외딴 곳에 와서 자기들의 자녀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 선생님을 범행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식당 주인 박씨는 학부모도 되고 거의 딸과 같은 연령의 선생님이다. 남이 못된 욕심을 품더라도 만류하고 제지해야 할 사람이 그런 짐승같은 짓거리를 적극적으로 했으니 천벌(天罰)을 받아도 싸다. 젊고 순진한 20대 여교사는 학부모도 되는 식당 주인을 믿었기에 마음을 놓고 권하는 술을 받아 마셨을 것이다.

둘째는 박씨 혼자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저지른 집단 강간인 윤간(輪姦)이다. 일본 군인들에게 끌려가서 강제로 하루에도 수십명을 상대해야 했던 것과 같은 성격의 윤간은 피해 여성에게 정신적·인격적으로 너무도 큰 충격과 상처를 안겨준다. 일생을 두고도 치유하기 어려운 영혼의 상처가 남는다. 피의자 가족들은 피의자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영장실질심사를 하는 목포검찰청에 제출했다고 한다. 자신의 인격과 사회의 정의를 위하여 과감하고 지혜롭게 처신한 피해 여교사의 용기에 뜨거운 성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전남교육지원청 등 관계기관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피해 여교사의 보호와 향후 근무 여건을 정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끔직한 살인토막 사건이 쉬지 않고 터지고, 며칠 전에는 수락산과 사패산에서의 여성 등산객의 성폭행 살인사건이 뒤이어서 일어나고 있는 참으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말세(末世) 같은 세상이다. 신안군 섬마을에서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비단 신안군에서만 일어난 일일 것인가. 신체적·사회적 역자인 여성과 어린이, 노인에게 일어나지만, 수치심에서 또는 복수의 불안심리에서 말하지 못하고 신고하지 못해서 묻히고 지나가는 가슴 시리고 아픈 사건은 얼마나 많을 것이가.

신안군수도, 신안군의회 의장도, 신안군 그 섬마을 주민들도 피의자와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지난 6월 13일,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지 23일, 언론보도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 11일 만에 이낙연 전남지사도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 경찰청과 전남도의 협의를 통해 인권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겠다. ‘가 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사의 기자회견은 그동안 교육부와 행정자치부,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이 후속 대책을 쏟아냈고 섬마을 주민들도 허리를 숙여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 뒤인데다 기존에 발표된 내용과 차별성이 없었으며,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금 전국적으로 섬이나 두메산골 산간 오지(奧地), 도시나 마을에서 말리 떨아진 농촌마을 등 도서벽지(島嶼僻地)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는 6천 5백명이고, 여교사는 3천여 명이다. 크고 작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신안군에는 350여명의 교사들이 근무하고 있고, 1인 여교사만 근무하고 관사에 있는 학교도 90개라고 한다.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에는 CCTV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도서벽지 학교에 초임 20대 여교사를 혼자서 근무하게 하고 근무편정 가점(加點)을 주는 위험천만하고 상식 밖의 교육부의 교육행정 지침의 개정을 비롯하여 제반 대책을 행정자치부와 경찰청 등 유관기관이 협의하여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유야무야의 행정이 있어서는 안된다. 도서벽지 학교에서의 성폭행 재발 방지와 인권 보호,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종합 대책을 세우고 실시하기를 바란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