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이 말은 현충일 노래의 한 구절이다. 분단조국의 현실에서 유월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기에 정부에서는 현충일과 6.25가 들어있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그 뜻을 기리는 기간이다. 따라서 6월 한 달을 ‘추모의 기간(1~10일)’, ‘감사의 기간(11~20일)’, ‘화합과 단결의 기간(21~30일)’으로 나누어 기간별 특성에 맞는 호국.보훈행사를 추진하도록 했다.

그러니까 66년 전 북한은 ‘6.25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참상 속에 희생됐고 40만 이상의 국군이 전장에서 산화했다. 온 국토는 일제 강점하의 치욕을 채 씻어내기도 전에 다시금 만신창이가 됐다. 북한은 6.25이후에도 우리를 상대로 거의 500여건이 넘는 테러를 자행해 왔다. 1968년 ‘1.21 청와대 기습’을 비롯해 ‘아웅산 폭탄테러’, ‘KAL기 폭파’ 그리고 ‘강릉무장공비 침투’ 등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다.

이밖에도 무모한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 등을 통해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은 우리의 안보현실과 국방태세를 다시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체감하는 북한에 대한 위협은 너무도 미미하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설마 전쟁이 다시 일어나겠냐는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유월은 분명 우리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뜻 깊은 달이다. 오는 6일 현충일은 진혼의 나팔소리가 온 산하에 메아리치면서 소복의 긴 행렬이 이른 아침부터 제단 앞에 분향을 올리는 날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해마다 맞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나라와 겨레의 의미가 올해는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돌이켜 보면 이 땅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하나뿐인 고귀한 목숨을 바쳐 지켜낸 곳이다. 나라를 세우기 위해 헤아릴 수 없는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곳이다. 그런 곳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젊은 용사들의 희생 덕에 얻어진 것임을 잊어 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이 사회와 국가가 남아있는 시대의 희생과 소외자들을 좀 더 따뜻하게 포용해야 한다. 나아가 보훈의 의미도 더 확대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생활전선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동안 잠시나마 망각할 수 있는 현충일의 숭고한 뜻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현충일 하루 만이라도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온 국민이 하나 되는 그런 날이어야 한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목숨 바쳐 싸운 애국선열들의 값진 희생 앞에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어야 한다. 그 영령들의 넋은 비록 말이 없지만 조국의 오늘과 내일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남아있는 우리와 함께 바라보는 엄숙한 비명(碑銘)이 말해 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외로울 수 없으며 이날은 해마다 새로운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 조국은 아직도 분단 상태 이지만 오늘 우리가 어깨를 겨누면서 독립과 자유, 민주발전을 이룩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의 대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기에 현충일은 결코 나라를 위해 신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충혼 앞에 꽃다발을 바치고 묵념을 올리는 연례적 행사로 지나쳐서는 안된다. 이름 없는 산야에서 산화해 간, 나라를 위한 고귀한 희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그들이 남긴 애국정신을 계승시켜가는 다짐의 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부모와 형제자매를 바치고 아직도 생계가 어렵거나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외롭게 생활해 가고 있는 전상자들을 마음으로 보살피고 따뜻한 가슴으로 가까이 해야 한다.

애국심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국립묘지가 역사교육의 현장이자 관광명소라고 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다시 한 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빈다.

나아가 보훈(報勳)의 의미도 더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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