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광주, 오월, 문학의 저항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입력 : 2016. 05. 24(화) 16:42
계절의 여왕 오월은 눈부시게 푸르다. 1980년 이후, 광주의 오월은 찬란한 슬픔이다. 꽃 피고 새우는 푸르른 봄날인데, 아픔과 슬픔이 도지는지 초여름의 날씨처럼 햇살이 따갑다. 남도로 가는 길은 언제나 그립고 아늑하고 애절한 길이다. 가난과 고난, 저항과 탄압의 한(恨) 많은 역사가 지금도 우리 눈앞에서 푸른 강물처럼 출렁이며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아침,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한국작가회의 사무실 앞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빛고을 광주를 향했다. 한국작가회의가 광주에서 주최하는 ‘광주오월문학축전 및 한국작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서울지역 회원들이 함께 가는 길이다. 한국작가회의는 1974년 11월 18일, 문학을 통한 현실참여와 민주화운동을 위하여 고은 시인·신경림·염무웅·박태순·황석영·조해일 등이 창립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1987년 9월 17일 남북통일에 이바지하고자 확대 개편한 민족문학작가회의를 계승한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문인단체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북한의 조선작가동맹과 남북작가회의를 추진하고 통일을 위한 민족문학의 밤을 개최하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 민족통일의 실현이라는 문학의 지평을 확대하면서 2007년 12월, 한국작가회의로 명칭을 바꾸었다. 서정문학과 순수문학이 민족문학의 본령(本領)이라고 여기고 현실문제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한국문인협회와는 여러 모로 대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에 1992년경에 동시에 가입하여 지금까지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다. 특히 나는 2000년 5월 17일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영광군지부를 창설하여 초대 회장을 하면서 고은 시인을 경기도 안산 자택에서 내 차로 직접 모시고 와서 제1회 문학 강연 및 시 낭송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민족문학을 사랑하는 나는 그 후에 오세영 시인, 송기숙 소설가, 정종(鄭?) 철학교수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고 인간과 민족문학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1980년 5월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서 치열한 시가전이 전개되었던 광주 금남로에는 펄럭이는 깃발들과 현수막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친일과 유신독재 미화하는 국정 교과서 폐기하라!’, ‘개성공단 원상회복! 6·15/10·4선언 이행하라!’, ‘오월에서 통일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하라!’, ‘마음대로 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중단하라!’, ‘성역 없는 진상조사·온전한 선체인양 특별법을 개정하라!’, ‘광주정신 5·18 영혼의 흔적 보존, 복원하라!’ 등 금남로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가 오늘 광주와 우리 사회, 국가가 처한 현실과 숙제를 한 눈에 보여 주고 있었다. 올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 전원이 부르는 제창(齊唱)으로 하자는 광주시민과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합창단이 노래할 때 하고 싶은 사람만 따라서 하라는 합창(合唱)으로 하자는 정부의 불통으로 동서화합과 국민화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는 카톨릭센터라고 불렀던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열린 문학 심포지엄은 ‘기억과 초혼(招魂), 문학의 저항’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불의와 억압에 맞서 싸운 민중의 피눈물을 잊지 말자는 기억과 그 억울한 넋들을 불러서 위로하고 현재의 역사의 수면(水面) 위로 살려 내기 위하여 문학과 연극, 영화 등 문화 예술은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들이 투쟁하면서 먹었던 주먹밥을 하나씩 먹고 어둠이 내린 옛 전남도청, 지금은 아시아문화전당 앞 민주광장에서 ‘한국작가대회 광주선언’이 발표되었다. 전국 13개 지회에서 준비해 온 시극(詩劇)과 시낭송, 춤이 공연되었다. 민주광장 행사장 바로 앞에 있는 도청 2층이 80년 5월 27일 새벽 4시, 계엄군에 마지막 저항을 했던 상황실이다. 현재 출입이 금지된 십여 미터 떨어진 저 상황실에서 고등학교 3학년 3반 나의 친구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열사가 장렬하게 전사한 장소이다. 밤 열시가 넘은 늦은 시간의 저녁 식사 겸 뒷풀이에서 정담과 술을 주고받으며 전국에서 온 300여명의 문인들이 회포를 풀었다.
밤을 새우며 술을 마신 문인들도 많았다. 이튿날, 일요일 아침 해장국을 먹고 버스로 망월동 구(舊) 묘역을 찾아갔다. 운정동에 있는 현재의 국립 5·18민주묘지가 생기기 전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열사들이 잠들었던 장소가 망월동 묘역이다. 지금은 5·18민중항쟁 이후에 광주정신을 실천하고 투쟁하다가 돌아가신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망월동 묘역에는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다가 나중에 붙잡혀 옥중에서 50여일 단식투쟁하여 생을 마감한 박관현 열사,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연세대 학생 이한열 열사 등이 안장되어 있다.
9년 3개월의 옥고(獄苦)를 치루고 반외세와 분단극복, 광주민주화운동, 노동문제 등 현실의 모순을 질타하고 참다운 길을 모색한 전사(戰士) 김남주(金南柱) 시인 묘소 앞에서 술을 부어 놓고 추모 묵념을 올리고 추모시를 낭송했다. 많은 조화(弔花)와 현수막이 걸려 있는 망월동 묘역에서 시비(詩碑)가 있는 소나무 숲길을 십여 분 걸어서 국립 5·18민주묘지에 와서 단체로 분향하고 참배했다.
나오면서 정문 안내소에서 올해 신춘문예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한 여자 직원과 인사하고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니 오월의 봄날은 더욱 푸르렀다. 이번 한국작가대회 조직위원장이면서 5·18기념재단 이사장인 김준태 시인으로부터 시집 ‘밭詩’를 증정 받고 표지 안쪽에 써준 김 시인의 시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를 여기에 인용한다. ‘한 놈을 업어주니 / 또 한 놈이 자기도 업어주라고 운다 / 에라, 모르겠다! / 두 놈을 같이 업어주니 / 두 놈이 같이 기분 좋아라 웃는다 / 남과 북도 그랬으면 좋겠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지난 토요일 아침,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한국작가회의 사무실 앞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빛고을 광주를 향했다. 한국작가회의가 광주에서 주최하는 ‘광주오월문학축전 및 한국작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서울지역 회원들이 함께 가는 길이다. 한국작가회의는 1974년 11월 18일, 문학을 통한 현실참여와 민주화운동을 위하여 고은 시인·신경림·염무웅·박태순·황석영·조해일 등이 창립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1987년 9월 17일 남북통일에 이바지하고자 확대 개편한 민족문학작가회의를 계승한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문인단체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북한의 조선작가동맹과 남북작가회의를 추진하고 통일을 위한 민족문학의 밤을 개최하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 민족통일의 실현이라는 문학의 지평을 확대하면서 2007년 12월, 한국작가회의로 명칭을 바꾸었다. 서정문학과 순수문학이 민족문학의 본령(本領)이라고 여기고 현실문제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한국문인협회와는 여러 모로 대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에 1992년경에 동시에 가입하여 지금까지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다. 특히 나는 2000년 5월 17일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영광군지부를 창설하여 초대 회장을 하면서 고은 시인을 경기도 안산 자택에서 내 차로 직접 모시고 와서 제1회 문학 강연 및 시 낭송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민족문학을 사랑하는 나는 그 후에 오세영 시인, 송기숙 소설가, 정종(鄭?) 철학교수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고 인간과 민족문학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1980년 5월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서 치열한 시가전이 전개되었던 광주 금남로에는 펄럭이는 깃발들과 현수막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친일과 유신독재 미화하는 국정 교과서 폐기하라!’, ‘개성공단 원상회복! 6·15/10·4선언 이행하라!’, ‘오월에서 통일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하라!’, ‘마음대로 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중단하라!’, ‘성역 없는 진상조사·온전한 선체인양 특별법을 개정하라!’, ‘광주정신 5·18 영혼의 흔적 보존, 복원하라!’ 등 금남로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가 오늘 광주와 우리 사회, 국가가 처한 현실과 숙제를 한 눈에 보여 주고 있었다. 올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 전원이 부르는 제창(齊唱)으로 하자는 광주시민과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합창단이 노래할 때 하고 싶은 사람만 따라서 하라는 합창(合唱)으로 하자는 정부의 불통으로 동서화합과 국민화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는 카톨릭센터라고 불렀던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열린 문학 심포지엄은 ‘기억과 초혼(招魂), 문학의 저항’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불의와 억압에 맞서 싸운 민중의 피눈물을 잊지 말자는 기억과 그 억울한 넋들을 불러서 위로하고 현재의 역사의 수면(水面) 위로 살려 내기 위하여 문학과 연극, 영화 등 문화 예술은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들이 투쟁하면서 먹었던 주먹밥을 하나씩 먹고 어둠이 내린 옛 전남도청, 지금은 아시아문화전당 앞 민주광장에서 ‘한국작가대회 광주선언’이 발표되었다. 전국 13개 지회에서 준비해 온 시극(詩劇)과 시낭송, 춤이 공연되었다. 민주광장 행사장 바로 앞에 있는 도청 2층이 80년 5월 27일 새벽 4시, 계엄군에 마지막 저항을 했던 상황실이다. 현재 출입이 금지된 십여 미터 떨어진 저 상황실에서 고등학교 3학년 3반 나의 친구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열사가 장렬하게 전사한 장소이다. 밤 열시가 넘은 늦은 시간의 저녁 식사 겸 뒷풀이에서 정담과 술을 주고받으며 전국에서 온 300여명의 문인들이 회포를 풀었다.
밤을 새우며 술을 마신 문인들도 많았다. 이튿날, 일요일 아침 해장국을 먹고 버스로 망월동 구(舊) 묘역을 찾아갔다. 운정동에 있는 현재의 국립 5·18민주묘지가 생기기 전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열사들이 잠들었던 장소가 망월동 묘역이다. 지금은 5·18민중항쟁 이후에 광주정신을 실천하고 투쟁하다가 돌아가신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망월동 묘역에는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다가 나중에 붙잡혀 옥중에서 50여일 단식투쟁하여 생을 마감한 박관현 열사,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연세대 학생 이한열 열사 등이 안장되어 있다.
9년 3개월의 옥고(獄苦)를 치루고 반외세와 분단극복, 광주민주화운동, 노동문제 등 현실의 모순을 질타하고 참다운 길을 모색한 전사(戰士) 김남주(金南柱) 시인 묘소 앞에서 술을 부어 놓고 추모 묵념을 올리고 추모시를 낭송했다. 많은 조화(弔花)와 현수막이 걸려 있는 망월동 묘역에서 시비(詩碑)가 있는 소나무 숲길을 십여 분 걸어서 국립 5·18민주묘지에 와서 단체로 분향하고 참배했다.
나오면서 정문 안내소에서 올해 신춘문예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한 여자 직원과 인사하고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니 오월의 봄날은 더욱 푸르렀다. 이번 한국작가대회 조직위원장이면서 5·18기념재단 이사장인 김준태 시인으로부터 시집 ‘밭詩’를 증정 받고 표지 안쪽에 써준 김 시인의 시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를 여기에 인용한다. ‘한 놈을 업어주니 / 또 한 놈이 자기도 업어주라고 운다 / 에라, 모르겠다! / 두 놈을 같이 업어주니 / 두 놈이 같이 기분 좋아라 웃는다 / 남과 북도 그랬으면 좋겠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