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인간은 없기에 방황하지 않는 인간은 없고 실수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아무리 조심하고 노력해도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실패를 하고 좌절을 겪더라도 주저앉거나 절망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피눈물을 흘리더라도 다시 일어서고 또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천지 사방이 절벽뿐인 칠흑(漆黑) 절망의 늪에 빠져서 스스로 자기 목숨을 버리거나 분노조절장애에 빠져서 너 죽고 나 죽자고 해서는 절대 안된다.

억울함도, 분함도, 수모도, 참담함도 잘 견디어내지 않으면 바람 불고 먼지 많은 이 험난한 풍진(風塵) 세상을 온전히 살아갈 수가 없다. 화나고 분해도 잘 참고 견디어 내지 않으면 수시로 거친 파도 몰아치고 비바람 부는 이 고통의 바다, 고해(苦海)를 노를 저어 온전히 건너갈 수가 없다. 사람마다 부딪힌 어려운 문제의 형태와 성격은 다를지라도, 힘들고 고단해도 참고 견디어 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인생들의 가는 길이다.

지난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정치권을 태풍처럼 강타하면서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 모든 권력의 정점(頂点)에 있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국민의 무서운 심판의 폭격을 받고 아직도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모습이다.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우선순위도 모르고 있다. 예상을 벗어난 냉혹한 심판을 하고 지금도 회초리를 놓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총선 민심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도 할 줄 모르고, 우물쭈물 넘어가고 있다.

국정의 최종 책임은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는데도, 모든 잘못은 국회 탓, 야당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인식과 행태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먼저 완전히 변해야 한다. 야당을 국정의 발목만 잡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는 손목을 잡고, 국민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섬기는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 국정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혁이 있어야 한다.

국민을 무시하고 깔보는 구시대적인 마인드와 행태를 버려야 한다. 평소에는 국민 여론과 요구를 무시하다가 선거 때만 되면 몰려다니면서 절이나 하고 사탕발림 공약이나 늘어놓는 정치쇼는 이제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이 하도 많이 당해 보아서 이제 정치인들의 속셈을 꿰뚫어보고, 정치인들 보다 한 수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산전수전, 공중전, 수중전까지 모두 겪으면서 고통 속에서 배우고 깨닫고 성숙했기 때문이다. 이토록 강렬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사과도 제대로 않고 책임도 분명히 지지 않으면서 세월만 가라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행태를 국민들은 무섭게 지켜보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 투표로 심판할 것이다.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겨주면서 참패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새누리당 보다 한 명 많은 제1당이 되었다. 그러나 60년 전통 민주정당의 뿌리요 심장인 호남에서 창당한지 70일 밖에 안된 국민의당에게 참패하고 충격과 함께 혼돈의 강물 속에 빠져 있다. 호남에서의 총선 참패 원인을 놓고 문재인 전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친노(親盧) 세력의 호남 홀대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 출신 정력과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 파동을 놓고 서로 자기주장이 옳다고 비난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오랜 세월 친노패권주의의 호남 차별이 호남 참패의 주된 원인이고, 김종인 대표의 언행은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다.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위안부 합의라든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라든가 정부 여당의 잘못된 정책을 적당히 반대하는 시늉만 해도 제1야당으로서 인정받고 다시 국회의원 뱃지를 달 수 있는 양당체제를 혁파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하고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예상 밖의 엄청난 지지를 보내 주었다. 대학 교수와 의사 출신인 안철수 대표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삶과 이미지도 큰 몫을 한 것도 사실이다.

새누리당을 과반수에서 택도 없이 모자라게 떨어뜨려서 2당으로 만들어 버리고, 국민의당이 정당 지지율에서 더민주당을 제치고 국민의당의 협조를 받지 않고는 새누리당이든 더민주당이든 국회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절묘한 균형을 취해 주었다. 참으로 놀라운 기적이요, 눈부신 선거혁명이다. 민주 헌정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정치혁명이다. 지금은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제치고 여야(與野)를 통틀어서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충격과 혼돈에 빠진 정치권과 함께 우리 사회도 급격한 변혁의 길을 가고 있다. 혼돈과 고통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새로운 갈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우리 국민들은 오천년 고난의 역사 속에서 온갖 시련과 고통으로 단련되었기 때문에 위기와 고난에 강한 놀라운 민족이 되었다. 1945년 해방 후, 세계 유일하게 남과 북으로 두 동강난 70년 분단시대에 살면서도, 그것도 부족해서 남쪽은 동과 서로 갈라져 갈등과 대립을 일삼아 온 슬프고 아픈 역사 속에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음한 강인한 민족이다. 혼돈과 변혁의 시대에 새롭게 열리는 낯선 길을 우리 모두가 남을 배려하고 진실 되고 열린 마음으로 걸어가야 한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