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말이다. 2년 전, 한국을 방문 했을 때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 가족 등 관련자들을 두고 한 말이다. 그때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수많은 말들을 했었다. 한국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끝없이 위로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의 대통령과 정부당국자들은 어떻게 했던가. 그로부터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일부 헤매는 이들만 있을 뿐이다. 이게 한국의 상황이다. 그 어린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죽음을 안아야 했는가. 선장 등 책임자들은 침몰해가는 배를 탈출하면서도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들에게는 배안에 있으라고 방송했다니 말이 되는가. 적극 구조에 나서야 할 해경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사람들은 점점 바닷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보던 국민들은 무슨 구조방법이 있는 줄 알았다. TV를 보면서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를 믿었던 것이다. 특단의 방법이 있기에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하는 배를 그냥 멀건이 바라보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결론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배는 육안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후 살아 돌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점점 멀어져버렸다. 그 엄청난 사람들이 희생당했으면서도. 하지만 머나먼 이국에서 온 교황만은 그렇지 않았다. 절규를 했다. 고통 받는 자들을 위무하기에 바빴다. 그렇다. 고통은 고통일 뿐이다. 행복이 아닌 슬픔을 안은 고통. 모든 고통에는 경중도 없다. 그냥 아프다. 당사자에게는 크다. 금년에도 교황은 “난민은 숫자가 아니며 얼굴과 이름을 가진 사람이다.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고 했다. 시리아 난민들을 두고 한 말이다. 직접 다가가 그들을 만나면서 인류에게 호소했다. 그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라고. 교황도 직접 시리아 난민 12명을 전세기에 태워 바티칸으로 데려갔다. 인도주의적 메시지를 몸소 실천했다. 어린이 6명을 포함해 세 가족이 바티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이들은 모두 시리아 무슬림이다. 내전의 포화로 집을 잃었다. 작금의 한국은 어떤가. 글쎄올시다. 총선이 끝난 지 벌써 열흘이 되어가고 있다. 집권여당의 참패였지만 대통령 입에서는 별다른 특이한 말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선거전에는 진실한 뽑아달라고 했다. 일할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 진실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고도 모를 일이지만. 선거결과는 집권여당의 참패였다. 여당의 원내대표를 찍어냈지만 그도 국민들에게 뽑혔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대통령을 반대한 거 아닌가. 지난 임기동안의 정책을 싫어한 거 아닌가. 만약 이런 해석이 적절하다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최소한 대통령이 원하는 국회는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물론 역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일하는 사람을 뽑아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기에 여소야대가 이뤄졌다는 것. 즉, 현재의 유승민 의원도, 야당의원들도 모두 진실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대통령이 호소한대로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대통령은 결코 국민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되었으니까. 국회가 하는 일에 협치만 잘하면 된다. 그렇잖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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