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코앞에 두고 전개된 새누리당의 후보자 공천 과정은 한 편의 정치 드라마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했다. 막장 공천이라고 욕하기 보다는 짜증나고 외면하고 싶은 정치가 제법 구경거리가 될 만큼 재미가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도 김종인 대표의 바지 사장 논란과 함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을 두고 당무 거부와 복귀 등 한 바탕 소동을 벌였다. 간신히 국회의원 20명의 국회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국민의당은 공천 파동에서 한 발 비켜서서 반사이익을 받았다.

공천 파동을 겪으며 정당의 속성과 국회의원들의 적나라한 민낯을 실컷 구경하고 알게 된 국민들은 정치 수업, 정치 공부를 돈 안 들이고 잘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요 새누리당의 친박(親朴) 뿌리인 대구에서 친박과 친박 중에서도 진짜 친박이라는 진박(眞朴) 후보들이 고전(苦戰)을 하고, 집권 여당과 박 대통령의 지지가 하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뿌리인 광주에서 그 동안의 소외와 행태로 인하여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밀리고 있다.

개인도, 단체도, 국가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고 확장하려고 할 때에는 결국 남과 다투게 되고 돈과 권력, 명예를 잃고 패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자업자득(自業自得)으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공평한 진리이다. 다소 시간은 걸려도 이것이 정의이고 공평이고 민주주의의 원칙인데, 하늘이 내려준 이 원칙에 무너지고 실현되지 않을 때, 민초들은 절망하고 분노하게 된다.

정치인들 뿐만아니라 일반 서민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남을 배려하는 심성과 행동을 해야 남과 싸우지 않고 배척당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가 있다. 정치인은 국민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하겠다고 배려의 품목인 공약(公約)을 내세우고 선택받은 봉사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공적인 심부름꾼, 공복(公僕)이다.

그런데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르듯이, 국회의원으로 뽑아달라고 할 때는 몸을 90도로 굽히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거리와 시장을 찾아다니며 온갖 듣기 좋은 말을 다해서 당선이 되고 나면 180도로 태도가 바뀌어 버린다. 국민 앞에 수차례 철석같이 실천을 약속했던 공약은 공약(空約)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도 누구 하나 따지는 사람도 없고 따져본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처럼 허공에 흩어지는 메아리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명실(名實)이 상부(相符)한 선진국이 되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나눔이 국민들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고 생각과 행동, 생활에 나타나야 한다. 개인이나 국민에게 말한 약속은 상황이 조금은 변경되고 결과가 자기에게 불리하더라도 지켜야 우리 사회는 신뢰와 상생이 꽃 피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배려는 나에게 있고 남에게 없는 것을 나누는 나눔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남에 대한 배려의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나눔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나 자신도 배려와 나눔의 정신과 실천에 턱 없이 부족함을 날마다 절감하고 날마다 반성하고 있다. 완성을 행하여 죽는 날까지 노력할 수밖에 없다. 누구든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고치고 실천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동서고금을 통하여 인류의 모든 지도자, 모든 성현(聖賢)들이 가르친 ‘인간의 갈 길’이다.

삶은 하나의 축복이다. 하늘이 준 이 거룩한 축복을 어떻게 소화하고 어떻게 사느냐는 개인의 자유요, 개인의 몫이다. 물론 개인이 처한 삶의 구체적인 조건들은 모두가 다르다. 또한 어떠한 사회, 어떠한 가족에서 태어나고 자랐느냐 등 개인의 생(生)의 조건을 결정하는 요인들과 변수(變數)들은 수없이 많다. 우리 누구도 시간적·공간적인 제약과 물질적·정신적 한계 등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고단한 한계적인 상황 속의 인간 존재들의 숙명이다. 운명적인 고통과 제약을 하나씩 직면하여 뚫고 나가는 인간의 실천적 의지와 노력이 향기롭고 가치 있을 뿐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