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대한 절망은 오랜 고질병이지만 지금은 너무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 4.13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하인 40%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이럴수록 투표장에 나와 저질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 정치를 바꾸는 힘은 결국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쌓여 나오는 것이다. 그것도 애잔한 유권자 몫이던가. 이런 와중에 민생이 소리 없이 무너져 가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갈수록 가벼워지고, 자고 일어나면 동네 음식점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다.

자동차를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한지도 이미 오래다. 외식비를 아예 없애고 장바구니 값을 줄이고 또 줄이고 아예 이젠 줄일 곳이 없다. 그렇게 자고 나면 물가가 뛴다. 지금 그렇게 민생이 소리 없이 무너져가고 있다. 각종 가공 식품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장바구니 물가의 한숨소리는 그칠 줄을 모른다.

지난해 말 소주가격 인상으로 시작된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올해 초 두부, 계란 등으로 퍼졌으며 햄버거 업체도 가격을 인상하면서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자영업 분야인 한식 식당 100개 가운데 56개꼴로 창업 2년 안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래방, 김밥, 분식집, 치킨가게 등 여타 자영업 부문에서도 과열 경쟁 탓에 창업 초기에 폐업하는 사례가 줄을 선다. 이발소, 미장원, 세탁소, 목욕탕, 여관 등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자영업자들 가운데도 상당수가 연간 매출이 200만원도 안된다고 한다. 임대료와 세금. 종업원 월급,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파산 일보직전에 처한 업체가 부지기수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자영업몰락’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의 30%를 넘는다. OECD통계 비교에 의하더라도 미국 등 타 국가의 2배 수준의 세계최고의 자영업 비중이다.

이는 결코 자랑이 아니다. 한마디로 자영업의 공급 과잉시대를 일컫는다. 지금 이 나라는 평생을 일한 퇴직금을 자영업에 털어 넣고 마지막에는 카드빚까지 쓰다 급기야는 신용불량자로 몰락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가슴 아픈 사례들이 많다.

인류역사는 ‘물가폭등’을 견디는 정권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가격규제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유신정권은 1975년 ‘물가안정법’이란 걸 만들었다. 쌀, 보리쌀, 연탄, 비료가격의 통제뿐만 아니라 서비스 요금까지 규제하는 강력한 물가단속법이었다.

그랬는데도 1.2차 석유파동을 겪은 70년대 평균 물가 상승률은 두 자리 수였다.

당시 정부도 물가를 성장의 희생양으로 삼았다가 탈이나자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압박 대책을 반복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휘두른 칼날에도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환상이었다. 뒤죽박죽 정책으로 소리만 요란해서는 물가안정은 어림없다는 게 지금껏 경험한 교훈이다.

어쨌든 소주 두부 계란 라면 맥주 등 그야말로 자주 소비하는 물품들은 빠짐없이 인상됐거나 인상될 전망이다. ‘장바구니’ 물가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문제는 정권이 이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체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 좋은 판에 왜 항상 서민들만 죽어야 하는지...정부한테 서민은 봉인가” 누리꾼들이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주름투성인데 우울한 소식임에 분명하다. 지금 주부들의 장바구니에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민생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장바구니 속의 ‘비명’소리를 가슴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경제선순환 구조의 틀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이다. 기필코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물가폭등’견디는 정권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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