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4)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둘러쌌던 베일이 벗겨졌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이대호는 2월 초 돌연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1군에 살아남아 제대로 활약을 해도 1년 400만 달러 규모에 그치는 계약이었다.

시애틀의 상황이 이대호에게 호의적인 것도 아니었다. 지명타자 자리는 확고한 주인이 있었고 1루수 역시 백업 선수 신분에 먼저 도전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든 것을 이룬 타자가 스프링캠프에서 잠시 부진할 경우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 맛을 봐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역시 안전장치가 있었다.

시애틀의 지역매체인 '더 뉴스 트리뷴'은 20일(한국시간) "한국인 1루수 이대호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때 3월 말 옵트아웃 조항을 삽입시켰다. 시애틀 공식 관계자가 이를 확인해줬다"고 보도했다.

즉, 이대호가 만약에 25인 로스터 진입이 어려워 보일 경우 다시 자우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일본무대나 국내리그로 복귀를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메이저리그 협상 파트너를 찾을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면서 마이너리그 계약 가능성에 대해 완벽히 선을 그었다. 그는 "마이너리그는 한국으로 치면 2군 아닌가. 마이너리그는 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확고했던 그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이대호의 당면 관제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주전 1루수를 지난 시즌을 마치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아담 린드로 확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린드가 왼손 투수에게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오른손 플래툰 타자가 필요하다.

이대호의 경쟁상대로 거론되는 후보는 헤수스 몬테로와 가비 산체스, 스테판 로메로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헤수스 몬테로의 경우 현재 마이너리그 옵션을 모두 소진한 상황이다. 다시 마이너리그로 보내려면 구단은 웨이버 공시를 해야 한다. 몬테로도 절박한 상황이고 구단도 조심스럽다. 이대호에겐 악재요소다.

이대호는 우선 백업 후보 경쟁자들을 모두 꺾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린드까지 밀어내고 주전 1루수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대호는 앞선 16일 시애틀 구단 측의 요청으로 비자가 발급되기도 전에 미국 애리조나로 떠났다. 먼저 훈련을 시작한 투·포수와 재활군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