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인 KIA의 포지션 경쟁 상황이다.

KIA는 지난 13~14일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야쿠르트를 상대로 연습경기를 치렀다. 13일에는 주니치에 0-10으로 완패했지만, 다음날엔 주전급이 나선 지난해 센트럴리그 우승팀 야쿠르트에 3-4로 석패했다.

이 두 경기에는 특징이 있다. 3루수 황대인을 제외하곤 라인업 여덟 자리에서 각각 다른 선수가 선발로 나섰다. 박진두, 황대인, 윤정우는 2경기 모두 선발이었지만 포지션은 달랐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김기태 KIA 감독은 부임 첫 해던 지난해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비슷하게 연습경기를 운영했다. 2015년에도 연습경기 1, 2차전에서 같은 포지션에서 선발 출전한 선수는 1루수 브렛 필이 유일했다.

팀마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연습경기는 결과보다는 정규시즌 전력 구성을 위해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다. 지난 14일 야쿠르트전의 경우 선발 라인업 9명의 지난해 평균 1군 출전 경기 수는 43.4경기에 그쳤다. 신인 내야수 최원준을 비롯해 중견수 윤정우, 지명타자 박진두는 아예 출전 경험이 없다.

하지만 연습경기 라인업은 올해도 KIA 타순과 라인업이 안정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해 김기태 감독은 10개 구단에서 가장 많은 120개 포지션 라인업을 선발 출전시켰다. 리그 평균은 95개. 전력이 안정된 NC는 39개, 삼성은 58개로 대조된다. 포수, 2루수, 유격수, 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에 한꺼번에 구멍이 뚫린 탓에 시즌 내내 선발 포지션 구성에 문제를 겪어야 했다.

지난해 예상보다 좋은 7위 성적을 거뒀음에도 이 문제는 여전하다.

신예 선수들을 기용하며 이른바 ‘리빌딩’을 추구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올해도 확실한 주전을 꼽을 수 있는 포지션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KBO리그는 ‘리빌딩’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 쿼터가 정해져 있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만성 공급 과소다. 선수 트레이드도 활성화돼 있지 않고, 2군을 1군의 보조 개념으로 자리매김하는 구단에선 유망주 육성도 힘들다. 결국 ‘싸우면서 건설’해야 하는 게 하위권 팀을 맡은 감독이 떠맡아야 하는 과제다.

김기태 감독은 포지션 구성에 대해 “여러가지 안을 갖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해 3월 28일 LG와의 광주 개막전에서 KIA 라인업은 포수 이성우, 1루수 필, 2루수 최용규, 3루수 이범호, 유격수 강한울, 좌익수 김주찬, 중견수 김원섭, 우익수 나지완, 지명타자 최희섭으로 짜여졌다. 그러나 이 중 캠프 연습경기 해당 포지션에서 가장 많이 선발로 출전했던 선수는 필과 최용구, 강한울, 김원섭 등 4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