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빛바랜 사진 한장이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한 적이 있었다.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하였던 두 어린 학생들의 사진이었는데, 군복을 입은 학생들의 철모와 군복 어디에도 계급이나 명찰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그 학생들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신념 하나로 아무런 전문적인 군사교육도 받지 못하고 계급장도 받지 못한 채 전투에 임했던 것이다. 전쟁영화의 주인공으로만 접했던 이름도 계급도 없는 학도병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한창 공부하고 꿈을 펼칠 나이에 나라를 지키겠다는 신념은 어디서 생겨났기에 그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아무런 명예도 없이 참전하였을까 싶고, 그런 어린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야만 했던 부모의 심정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그 학도병이 만약 내 자식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미어져 문들어지는 것만 같아 감히 상상조차 하기 겁이 난다.

몇 년 전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셨던 애국지사와 순국선열의 후손들과 자리를 함께 하였을 때에도, 그 분들의 숭고하고 고귀한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던 기억도 함께 떠오르면서, 눈앞에 보고 있는 한 장의 사진 속 어린 학도병에게도 그 못지않은 나라사랑 정신이 있었음을 느끼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겨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불과 100여년 전의 일이다. 혹독했던 일제강점기 시절,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목숨을 바쳤던 독립운동가와 순국선열, 그리고 곧바로 발생한 3년간의 6.25전쟁 때 국가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 수많은 호국영령과 당시 부상을 당해 지금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후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성장한 지금, 이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혹시나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이 아무런 대가없이 그냥 얻어진 것으로 착각하고,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선열들이 이 나라를 어떻게 지켜왔는지,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리고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선열들의 뜨거운 나라사랑 정신을 이어받아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하여 더욱 발전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하겠다.



박소연 / 광주지방보훈청 대부의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