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특급' 데얀(32·FC서울)이 3년 연속 득점왕에 오르며 K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데얀은 1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의 현대오일뱅크 2013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40라운드에서 전반 41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 득점으로 시즌 19호골 고지에 올라선 데얀은 김신욱(25·울산현대·19골)을 따돌리고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총 득점 수는 19골로 같지만 데얀(29경기 출전)은 김신욱(26경기 출전)보다 올 시즌 7경기를 덜 치렀다. K리그 규정에 따라 출전 경기 수가 더 적은 데얀이 득점왕의 주인공이 됐다.
출범 30주년을 맞은 K리그 역사에 '득점왕 3회'·'득점왕 3연패'는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데얀을 포함해 이기근(1988년·1991년)·윤상철(1990년·1994년)·김도훈(2000년·2003년) 등은 그동안 2회씩 득점왕을 차지했다. 올해 데얀이 다시 한 번 최고 공격수 자리에 오르며 처음으로 득점왕 3회 수상자가 탄생했다.
지난해 득점왕에 오르며 이미 사상 첫 '득점왕 2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데얀(2011~2013년)은 올해 자신의 기록을 '3회 연속'으로 갈아치웠다. 그야말로 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이다.
올 시즌 득점왕 경쟁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데얀과 김신욱은 나란히 시즌 개막전에서 나란히 마수걸이 골을 터뜨리며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예고했다.
팽팽하던 균형은 시즌 중반 깨졌다. 지난 7월 데얀은 왼쪽 종아리에 부상을 당하며 한 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 사이 득점 행진을 이어나간 김신욱은 8월을 맞는 시점에서 데얀에 4골 차(김신욱 12골 데얀 8골)로 앞서나갔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국가대표팀 승선을 염원했던 김신욱은 특별훈련을 자처하며 실력을 키웠고 10월 이후에는 연속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리그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1월9일 수원삼성전에서 1골을 추가한 김신욱은 이미 시즌 19골을 기록 중이었다.
데얀은 주춤했다. 부상 복귀 이후 분전했지만 쉽사리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11월까지 데얀이 뽑아낸 득점은 단 10골. 김식욱과는 9골 차였다.
사실상 데얀은 2013시즌 득점왕 후보에서 제외되는 분위기였다. 리그 6경기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그의 역전을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데얀이라면'이라는 기대감이 있긴 했지만 6경기에서 9골은 축구 경기에서 일반적으로 나오기 힘든 득점 수였다.
11월, 대역전극의 서막이 올랐다. 데얀은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시즌 첫 멀티골을 달성하며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믿기 힘든 상황이 전개됐다. 데얀은 11월20일 전북현대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24일과 27일 부산아이파크와 포항스틸러스전에서 각각 2골과 1골씩을 추가했다.
5경기에서 8골을 쓸어 담은 데얀은 전북과의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김신욱은 1골 차로 추격했다.
김신욱에겐 악재·데얀에겐 호재가 생겼다.
김신욱은 27일 부산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았고 경고 누적으로 포항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칼자루는 데얀이 쥐게 됐다. 전북 원정에서 1골만 더 넣게 될 경우 데얀은 득점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팀이 아닌 개인 타이틀이다. 트로피를 원한다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시험대 위에서 데얀은 웃었다. 전반 41분 최효진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스스로에게 득점왕을 선물했다.
2007년 K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 데얀은 6년 만에 한국 프로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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