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FA가 남긴 건, 500억원대로 뜨겁게 달구어졌던 시장과 함께 전체적인 전력 평준화다. 올시즌 하위 몇 개 구단을 제외하고 치열한 순위다툼이 벌어졌는데 특히 선두권 싸움이 피를 말렸다. 1위 삼성과 4위 두산의 승차는 불과 3.5경기였다. 이 순위 또한 정규시즌 막바지에 정해질 만큼 접전 승부가 펼쳐졌다. 그런데 시즌 후 체결된 FA 대이동으로 각 구단의 전력평준화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외부수혈 없는 삼성은 4연패를 향한 난항 예상, 두산은 센터라인의 공백이 과제
3년간 정상을 지킨 삼성은 내년 4연패를 향해 더 힘들어진 가시밭 길을 걸어야 한다. 내부 FA로 박한이와 장원삼을 잡았지만, 그외 전력보강이 전무하다. 되레 전력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특히 오승환이 해외진출을 모색하며 뒷문이 헐거워졌다.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AS)에서 안지만을 마무리로 테스트했지만, 기대에 못미쳤다. 중심타선의 채태인-최형우-박석민 라인은 건재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이승엽의 역할에는 아직 의문점이 달려 있다. AS에서 타격감을 살리며 부활한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포스트시즌(PS) 진격의 두산도 고민이다. 센터라인의 손시헌과 이종욱이 NC로 이적했다. 백업 자원이 풍부한 두산이지만, 그동안 팀의 중심을 잡아온 베테랑의 부재는 큰 타격이다. 그리고 올해 풀지 못한 숙제였던 마무리 찾기는 내년에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두산은 이번 FA시장에서 전혀 외부수혈이 없었다. 손시헌과 이종욱이 NC로 이적하며 보상선수를 받을 권리도 없다. PS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최준석도 롯데행을 선택하며 출혈이 심하다. 남은건 롯데에서 최대한 좋은 인재를 보상선수로 받는 방법이다.
◇LG와 넥센은 내부단속과 내부육성으로
LG도 거품론까지 거론된 이번 FA시장에서 외부로 손을 뻗지 않았다. 이병규(9번)과 권용관의 내부단속에만 신경쓰며 FA 대이동을 지켜봤다. 단 이대형을 KIA로 보내며 FA보상선수 지명에 심사숙고 중이다. 실리를 챙겨 올시즌 전력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넥센은 일찌감치 FA시장에서 빠져나왔다. 팀내 취약 포지션인 포수를 눈여겨 봤지만, 강민호가 원소속 구단 롯데와 대박계약을 맺자 내부육성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넥센은 포수 부분을 제외하곤 팀 리빌딩이 끝난 상태다. 박병호, 김민성, 서건창, 강윤구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성장에 따라 내년에 우승까지 도전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올시즌 1위부터 4위까지 팀 중에서 삼성과 두산은 전력누수가 있는 편이고 LG와 넥센은 현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상위 4팀의 전력이 더욱 비슷해 졌다는 반응이기도 하다. 이에 내년시즌 정상을 두고 올해 보다 더 치열한 4강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전력 강화에 나선 하위권, 한화와 롯데의 희망가
하위권 판도가 심상치 않다. 그 중심은 한화다. FA시장의 큰 손으로 등극한 한화는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하며 순신간에 내년 시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김태균-최진행에 앞서 밥상을 차리는 국가대표급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하며 전력이 급상승 했다. 롯데도 FA 최대어 였던 강민호와 계약하며 안방을 든든하게 했고 좌완 강영식도 팀에 잔류시켰다. 여기에 장원준이 가세하며 마운드가 높아졌고 4번 타자감인 최준석이 합류하며 팀 타선의 무게가 묵직해졌다. 한화와 마찬가지로 다음 시즌 희망가를 부르는 롯데는 최준석의 보상선수 명단에 대한 고민만 해결하면 된다.
NC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김경문 감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NC유니폼을 입으며 내년 시즌 목표 4강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강력한 외국인 투수에 신인왕 이재학의 마운드가 여전히 튼튼한 상황에서 국대급 야수 보강으로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변수는 외국인 선수 3명과 2차 드래프트
문제는 KIA와 SK다. KIA는 이대형과 계약하며 이용규의 빈자리를 메웠지만, 보상선수에서 기대 이상의 수확을 노려야 한다. SK는 팀의 중심이던 정근우가 빠져나간 상실감이 크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FA폐장 이후 이어지는 드래프트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KIA와 SK는 전력 하향세는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한편 전체적으로 전력 평준화가 그려지는 2014시즌에서 회심의 카드가 있다. 외국인선수 3명 보유제도다. 투수 2명에 타자 1명이 예상되는 가운데, 얼마나 쏠쏠한 자원을 불러들이느냐가 내년 시즌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NC는 외국인선수 4명 보유로 타 구단에 비해 1명을 더 영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외국인 3명 제도는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부터 변수로 작용한다. 각 팀이 1명씩 외국인 거포를 뽑는다고 가정하면 2차 드래프트에서는 투수보다 야수자원이 대거 나올 전망이다.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이는 각 구단의 주판 튀기기가 올 겨울을 여전히 달구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ihona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