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더운 날씨도, 시차 적응문제도 아닌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다.
두바이의 모래바람이 3연승을 노리는 홍명보호의 최대 장애물로 떠올랐다.
홍명보(44)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왕립 두바이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공식 첫 훈련을 소화했다.
두바이의 뜨거운 날씨를 고려해 해질 무렵인 이날 오후 4시30분 훈련을 시작하기로 했던 대표팀은 예상보다 선선한 날씨에 30분을 앞당겼다. 굳이 30분이라도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대표팀의 예상은 또 한 번 빗나갔다. 두바이 전역을 휩쓴 모래바람에 계획된 훈련에 차질이 생겼다. 낮부터 불어닥친 강한 모래바람에 약속된 야외 축구장 훈련을 접어야 했다.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모래바람이 심했다. 코로 숨을 쉴 수 없어 입을 벌리면 서걱서걱한 모래가 씹힐 정도로 강한 황사였다. 11월부터 겨울로 접어드는 두바이 날씨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100% 사막 위에 건설된 두바이는 땅 밑 수로를 깔아 조성한 인공 숲 외에는 나무 한 그루 자생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다. 때문에 바람이 잦아지는 겨울이면 뿌연 황사가 도시 전체를 덮게 된다.
두바이 정부 역시 최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필요로 하는 인공 숲 확대 조성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두바이의 황사는 심각하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홍 감독이 계획한 이날 훈련은 20분 간 지연됐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푸는 과정에서 황사를 온몸으로 맞았고, 결국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실내 풋살 경기장으로 훈련장이 변경됐다.
두바이 왕족이 관리하는 훈련장에는 축구장 외에 수영장·풋살경기장 등 각종 실내 스포츠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홍 감독 또한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오전에 두바이에 도착한 황보관(48)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예전에 시설이 열악했을 때 비 때문에 그라운드가 망가져 하는 수 없이 실내훈련을 했던 뒤로 이같은 경험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문제는 두바이 모래바람이 이날로 그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19일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훈련할 수 있는 날은 18일 하루밖에 없다.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춰볼 수 있는 전술훈련은 야외 축구장에서 할 수밖에 없는데 모래바람이 계속될 경우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채 곧바로 경기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상대팀 러시아는 16일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을 위해 한국보다 앞서 두바이에 입성했다. 한국보다 먼저 들어와 현지 적응을 마친 상태다.
홍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홍 감독은 이날 회복훈련 뒤 "내일은 바람이 불어도 야외에서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자연까지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당초 예상했던 두바이의 뜨거운 날씨는 낮 최고 기온이 28도 정도로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내려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모래바람이 대표팀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리고 있어 홍명보호의 위기관리 능력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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