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처럼 화려하게 1군 무대에 데뷔했지만 또 그만큼 빨리 시즌을 마감해 아쉬운 선수가 한 명 있다. 올 시즌 신고 선수로 타이거즈에 입단 해 당당히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김광연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날짜는 정확히 9월 29일. 팀이 시즌 최종전까지 5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합류한 터라 김광연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 보면 그에게는 1군 엔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광연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프로데뷔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주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그는 다음 날 대타로 들어서 또 다시 안타를 만들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3일 광주 두산전에서 생애 첫 선발 출장의 기회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김광연의 최종 시즌 성적은 8타수 5안타 타율 0.625 2득점. 짧지만 임펙트 강한 데뷔 시즌이었다. 올 시즌 김광연이 벚꽃으로 비유된다면 팬들의 마음속엔 이미 내년 시즌 그가 소나무로 자라주길 기대할 것이다.
다음은 김광연 선수와의 일문일답

▶ 본인에게는 너무나도 짧은 1군 무대였다. 되돌아 본다면?
- 2군에 있을 때 1군 무대에 서는 것을 늘 꿈꿔왔다. 단 한 경기만이라도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꿈이 실현되어 무척 기뻤다. 사실 나보다도 어머니가 더 기뻐하셨다. 학창시절 가정 환경이 좋지 못해 어머니가 힘겹게 나를 뒷바라지 해주셨다. 프로도 신고선수로 입단해 어머니께 죄송했는데 이렇게 1군 무대에 선 것 자체만으로도 조금은 그 은혜에 보답을 해 드린 거 같아 기쁘다.

▶ 첫 타석 안타를 시작으로 내리 3타석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타격에 소질이 있는 거 같은데?
- 2군 경기에서 시합을 많이 뛰었던 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2군 경기에서 경기하면서 출루보다는 어떻게든 공을 맞히려는 노력을 했다. 심지어는 나쁜 공에도 일부러 스윙을 하면서 어떤 공이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키웠다. 그러한 노력을 반복하다 보니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에 좀 더 쉽게 대처할 수 있었다. 타격은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

▶ 첫 선발 출장 경기가 공중파 중계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긴장되지 않았나?
- 긴장했다기보다는 그 상황 자체를 즐기려고 했다. 나보다 먼저 1군 무대에 데뷔한 동훈이형(이동훈)이 관중이 꽉 들어찬 잠실 구장에서 경기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부러웠는데, 공중파로 중계된 경기에 선발 출장하게 돼 더욱 흥분되고 즐거웠다.

▶ 신고 선수로 입단해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나는 괜찮은데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 그게 죄송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난 그저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신장이 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타격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당시 실력으로는 프로지명은 고사하고 4년제 대학도 진학하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난 고3때 1년간 유급하면서 1년을 더 다니고서야 송원대(2년제)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보낸 2년이란 시간이 지금의 나로 만들어 준 것 같다. 비록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그러한 힘든 상황을 이겨낸 것 만으로도 난 만족한다. 

▶ 선동열 감독이 이례적으로 야구 센스가 좋다는 칭찬을 했다. 코칭 스태프의 기대도 큰 것 같은데?
- 이렇게 빨리 1군 무대에 설지 몰랐는데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 드린다. 그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타석에 들어서면 악착같이 투수들과 승부를 펼치고, 주자로 나갔을 때는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더 훔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

▶ 스스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 타격보다는 수비 보완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흔히들 타격은 믿을 게 못 된다고 한다. 나도 그 점에 동감한다. 3할 치면 잘 치는 타지만 수비에서는 10할에 가까워야지만 좋은 수비라고 하지 않는가. 이번 마무리 캠프 기간 동안 수비에 좀 더 중점을 두고 훈련할 것이다.

▶ 첫 해외 마무리캠프다. 훈련 소감?
- 사실 챌린저스 필드에서 훈련하는 것도 나에게는 큰 기쁨인데 이렇게 해외에서 훈련을 하니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같고 이곳에서 돌아갈 때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 김광연 선수에게 2013시즌은 OO였다. 그 이유는?
- 나에게 2013시즌은 “고통은 쓰고 열매는 달다”였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힘들었지만정말 노력하면 불가능한 게 없다는 것을 경험한 뜻 깊은 한 해였기 때문이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