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아직은 젊다. 그래서 지금이 더 중요하다. 실패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이번 가을이 야구인생의 중요한 고비가 될 수도 있다. 내야수 안치홍의 가을은 더욱 뜨겁다.
안치홍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모험을 단행했다. 방망이 손잡이를 머리 근처까지 올리는 타법이었다. 일본에서는 신주타법이라고 부른다. 두 번이나 타격 3관왕을 따낸 오치아이 히로미쓰 등 강타자들이 즐겨썼다. 안치홍은 "타격시 방망이가 나올때 매끄럽게 나오지 못해 바꾸었다. 이렇게하면 타격 밸런스를 잡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었다.
당시 안치홍을 맡았던 김용달 타격코치는 "장타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안치홍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장타에 대한 기대를 받기도 했다. 2009년 고졸루키로 14개의 홈런을 터트렸지만 각종 잔부상에 시달리며 홈런보다는 단타 위주의 타격을 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캠프부터 강력한 웨이트와 체력훈련을 펼쳐 힘을 길렀다. 절친한 1년 선배 김선빈도 "올해는 치홍이의 힘이 많이 붙었다.  홈런도 많이 칠 것 같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9리, 3홈런, 39타점, 56득점, 16도루의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었다. 삼진은 74개, 병살타는 팀내 2위인 13개를 했다. 그나마 수비실책이 8개로 줄어든 것이 위안거리였다.  가을과 봄 캠프에서 누구보다도 훈련에 열중했던 안치홍의 열등 성적표에 다들 놀라워했다.
첫 출발부터 삐걱였다. 개막 3경기에서 10타수 무안타였다. 결국 개막 두 달째인 5월까지 129타수 25안타, 타율 1할9푼4리, 9타점에 불과했다. 바뀐 타격폼으로 상대투수들의 공을 공략에 실패한 것이다. 결국 다시 예전의 폼으로 돌아왔고 6월에는 2할8푼4리를 기록하더니 7월에는 3할1푼1리, 8월 3할3리로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 그러나 9월 2할4푼, 10월 1할8푼2리로 하향곡선을 그었고 2할5푼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마감했다. 
안치홍의 부진은 팀에게는 뼈아팠다. 주로 2번, 6번, 7번으로 출전했다. 테이블세터진에서는 찬스를 만들고 6번과 7번으로는 중심타선이 만든 기회를 해결하는 역할이었다. 그나마 6번타자로 타율 2할8푼2리, 14타점을 올렸지만 팀에서 기대하는 활약도는 낮았다.  2011년 3할타율과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던 안치홍에게는 굴욕의 시즌이었다.
안치홍은 내년이면 6년째를 맞는다. 경력으로 본다면 중견선수 축에 들어간다. 때문에 이번 오키나와 가을캠프를 찾는 마음도 남다르다. 올해 실패의 원인을 짚고 거기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결국은 안정감을 주는 타자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너무 많은 생각과 변화를 추구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루키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안치홍이 심기일전의 가을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