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기대엔 못 미쳤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돌아온 '마린보이' 박태환(24·인천시청)이 1년여 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한국 남자 수영의 간판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박태환은 19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 내 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6초71로 결승점을 찍어 우승을 차지했다.
왕이 귀환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이후 1년2개월 동안 공식 무대에 나서지 않았던 박태환이 전국체전을 통해 돌아왔다. 전국체전 출전도 5년 만이다.
박태환은 올 초 대한수영연맹과의 갈등·스폰서 문제 등을 겪으며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자연스레 연습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그는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인천시청에 새 둥지를 트게 된 박태환은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목표로 하며 훈련에 매진했다. 전국체전을 통해 실전 무대에 복귀전한 그는 다행히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박태환은 이날 3분46초71만에 경기를 마치며 지난 2010년 피승엽(당시 충북)이 세운 대회신기록(3분53초15)을 6초44나 앞당겼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 3분41초53은 경신하지 못했지만 그동안의 공백을 생각해 봤을 때 나쁘지 않은 결과다.
경기를 마친 박태환은 "내 이름을 내건 수영장에서 시합을 하게 돼 평소보다 더 긴장을 했었다"며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와주신 것을 보고 정말 기뻤다. 팬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록 면에서는 팬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신기록을 바랐던 팬들은)이번 성적을 보고 내 경기력을 안 좋게 평가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최종 목표로 두고 연습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회 기록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호주에서 귀국한 뒤 별도의 조정 훈련도 하지 않았고 어제도 평상시와 똑같이 7㎞ 훈련을 소화했다. 지금 내 컨디션은 전국체전에 맞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수차례 언급했듯 박태환은 내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 인생의 마지막을 걸었다. 그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지난 7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최됐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도 불참했다. 전국체전에 출전하긴 했지만 이 역시 인천아시아경기대회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박태환은 "올 초 전지훈련 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한 훈련을 잘 소화하고 있다. 최종 목표가 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춰져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실했던 이번 전국체전 출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당장의 성적은 중요치 않다. 지금의 나에게는 전국체전 역시 좋은 훈련 중 하나일 뿐이다. 지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내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뿐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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