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은 손흥민, 업그레이드 되다
호남신문 기자입력 : 2013. 10. 16(수) 18:19
아직 어리다. 그래서 습득력도 빠르다. 브라질전서 부진했던 손흥민(21·레버쿠젠)이 한 차례 성장통을 겪고 난 뒤 '업그레이드 손세이셔널'로 새롭게 태어났다.
손흥민은 15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말리와의 친선전에서 후반 1분 역전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믿을 만한 원톱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홍명보(44) 감독이 믿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결사였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의 눈부신 활약을 등에 업고 대표팀에 승선한 손흥민은 홍명보호 데뷔전이었던 아이티와의 대결에서 홀로 2골을 뽑아내며 한국의 4-1 승리를 견인했다.
더 없이 완벽한 신고식이었지만 첫 술에 홍 감독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아이티는 약체였고 당시 경기는 주심의 판정에도 문제점이 많았다.
손흥민은 시험대 위에 올랐다. 세계 최강인 크로아티아·브라질과의 대결에 연달아 출전하며 공격자원으로써의 능력을 점검받았다.
기대 이하였다. 대표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많지 않았고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했던 손흥민은 강팀들을 상대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협동 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손흥민은 개인 기술이 뛰어나다. 발도 빠르고 드리블도 좋다. 마무리 능력도 탁월하다.
하지만 개인보다는 팀, '원팀· 원 스피릿'을 강조하는 홍 감독에게 이러한 손흥민의 강점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도중 개인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공을 빼앗아기며 팀의 공격 흐름을 끊는 장면이 수차례 나오자 홍 감독은 브자질전(0-2 패)에서 손흥민을 교체 멤버로 기용했다. 당시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을 대신해 후반 19분 그라운드에 들어선 손흥민은 브라질전에서도 같은 실수를 여러 차례 범했다.
홍 감독은 당근이 아닌 채찍을 들었다. 손흥민의 활용 여부를 묻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손흥민은 활용 가치가 높은 선수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출전 시간을 보장해 줄 수는 없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이 손흥민만을 위한 팀은 아니다"며 직접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홍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접한 손흥민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었다.
절치부심하고 있는 손흥민에게 홍 감독은 기회를 줬다. 손흥민의 말리전 선발 출전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던 홍 감독은 경기 당일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 올렸다.
스타는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줄 안다. 그런 면에서 손흥민은 스타다. 홍 감독이 마련해준 무대에서 훌쩍 성장한 모습을 과시하며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손흥민은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원톱은 이근호(28·상주)가 맡았고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과 이청용(25·볼턴)이 각각 셰도우 스트라이커와 왼쪽 날개로 나섰다.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은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 욕심을 내려놓은 손흥민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한층 날카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기본적인 포메이션은 정해져 있었지만 손흥민은 이근호·구자철 등과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다양한 공격루트를 찾았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공격의 속도가 살아난 한국은 초반부터 말리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손흥민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손흥민은 전반 14분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논스톱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전반 17분에는 김진수(21·니가타)의 크로스를 머리에 맞히며 말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전반전 동안 몸을 푼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후반 1분 이청용이 후방에서 감각적으로 띄워준 패스를 손흥민이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로 차 골망을 갈랐다. 1-1 동점 상황에서 균형을 무너뜨리는 역전골이자 이날의 결승골이었다.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12분 김보경(24·카디프시티)의 추가골까지 더해 3-1 완승을 거뒀다.
최근 대표팀에 불어 닥쳤던 골 결정력 문제를 말끔히 털어낸 손흥민은 후반 43분 윤일록(21·서울)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홍 감독은 걸어 나오는 손흥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제자를 향해 애정을 나타냈다.
훌륭한 자질을 지닌 손흥민과 제자 길들이기에 일가견이 있는 홍 감독이 만나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
손흥민은 15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말리와의 친선전에서 후반 1분 역전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믿을 만한 원톱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홍명보(44) 감독이 믿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결사였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의 눈부신 활약을 등에 업고 대표팀에 승선한 손흥민은 홍명보호 데뷔전이었던 아이티와의 대결에서 홀로 2골을 뽑아내며 한국의 4-1 승리를 견인했다.
더 없이 완벽한 신고식이었지만 첫 술에 홍 감독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아이티는 약체였고 당시 경기는 주심의 판정에도 문제점이 많았다.
손흥민은 시험대 위에 올랐다. 세계 최강인 크로아티아·브라질과의 대결에 연달아 출전하며 공격자원으로써의 능력을 점검받았다.
기대 이하였다. 대표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많지 않았고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했던 손흥민은 강팀들을 상대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협동 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손흥민은 개인 기술이 뛰어나다. 발도 빠르고 드리블도 좋다. 마무리 능력도 탁월하다.
하지만 개인보다는 팀, '원팀· 원 스피릿'을 강조하는 홍 감독에게 이러한 손흥민의 강점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도중 개인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공을 빼앗아기며 팀의 공격 흐름을 끊는 장면이 수차례 나오자 홍 감독은 브자질전(0-2 패)에서 손흥민을 교체 멤버로 기용했다. 당시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을 대신해 후반 19분 그라운드에 들어선 손흥민은 브라질전에서도 같은 실수를 여러 차례 범했다.
홍 감독은 당근이 아닌 채찍을 들었다. 손흥민의 활용 여부를 묻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손흥민은 활용 가치가 높은 선수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출전 시간을 보장해 줄 수는 없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이 손흥민만을 위한 팀은 아니다"며 직접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홍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접한 손흥민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었다.
절치부심하고 있는 손흥민에게 홍 감독은 기회를 줬다. 손흥민의 말리전 선발 출전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던 홍 감독은 경기 당일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 올렸다.
스타는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줄 안다. 그런 면에서 손흥민은 스타다. 홍 감독이 마련해준 무대에서 훌쩍 성장한 모습을 과시하며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손흥민은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원톱은 이근호(28·상주)가 맡았고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과 이청용(25·볼턴)이 각각 셰도우 스트라이커와 왼쪽 날개로 나섰다.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은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 욕심을 내려놓은 손흥민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한층 날카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기본적인 포메이션은 정해져 있었지만 손흥민은 이근호·구자철 등과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다양한 공격루트를 찾았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공격의 속도가 살아난 한국은 초반부터 말리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손흥민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손흥민은 전반 14분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논스톱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전반 17분에는 김진수(21·니가타)의 크로스를 머리에 맞히며 말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전반전 동안 몸을 푼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후반 1분 이청용이 후방에서 감각적으로 띄워준 패스를 손흥민이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로 차 골망을 갈랐다. 1-1 동점 상황에서 균형을 무너뜨리는 역전골이자 이날의 결승골이었다.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12분 김보경(24·카디프시티)의 추가골까지 더해 3-1 완승을 거뒀다.
최근 대표팀에 불어 닥쳤던 골 결정력 문제를 말끔히 털어낸 손흥민은 후반 43분 윤일록(21·서울)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홍 감독은 걸어 나오는 손흥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제자를 향해 애정을 나타냈다.
훌륭한 자질을 지닌 손흥민과 제자 길들이기에 일가견이 있는 홍 감독이 만나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ihona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