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제로' 임창용(37·시카고 컵스)이 달콤 쌉싸름한 한 해를 마감했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B)로 승격된 것은 달콤했지만 다소 불안한 피칭을 보인 것은 입맛이 썼다.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컵스는 30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를 마지막으로 정규시즌 162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임창용은 지난 28일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팀의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볼넷 무실점을 기록한 것이 마지막 등판이 됐다. 임창용은 데뷔시즌에 6경기 평균자책점 5.40(5이닝 3자책점)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로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퇴단한 임창용은 같은 해 12월 컵스와 2년간 최대 500만 달러(약 54억원)에 스플릿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컵스는 임창용의 팔꿈치 수술 사실을 알면서도 가능성을 높게 보고 계약을 체결했다.
피나는 재활과정을 거친 임창용은 루키리그부터 시작해 트리플A까지 초고속 승격했다. 특히 트리플 A팀인 아이오와 컵스에서는 11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79(11⅓이닝 1실점) 탈삼진 12개를 잡아내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첫 등판이었던 8일 밀워키전과 11일 신시내티전을 힘겹게 넘긴 임창용은 세 번째 등판이었던 17일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고 8일 뒤인 피츠버그전에서는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3개를 내주는 최악투로 2점을 헌납했다.
무엇보다 제구력이 아쉬웠다. 임창용이 메이저리그 6경기에 나와 5이닝을 소화하면서 내준 사사구가 무려 8개(몸에 맞는 볼 1개)다. 첫 등판 때부터 컵스 데일 스웨임 감독에게 "컨트롤이 좋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즌 막판까지 만회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활약은 아닐지라도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것은 임창용에게는 분명히 호재다. 그러나 불안한 제구력은 뻑뻑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불펜투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임창용이 다음 시즌 일본 시절 무실점행진을 하면서 붙은 '미스터제로'라는 별명을 알고 있다던 스웨임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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