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괴물은 태평양을 건너도 '괴물'이었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류현진은 30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최종전에 선발 등판, 4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30경기를 소화한 류현진은 14승7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시즌을 마쳤다. 191이닝을 던지면서 총 154개의 삼진을 솎아냈고 볼넷 49개를 내줬다.
류현진의 지난 1년 간 놀랄만한 행보를 보였다. 국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류현진은 포스팅에서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2573만7737 달러를 적어낸 LA 다저스와 6년 최대 42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뛰어 들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일명 '담배 논란'에 휘말리며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의 호투를 발판으로 개막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류현진은 승승장구했다 .4월3일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빅리그 데뷔전을 6⅓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점)으로 마친 뒤 두 번째 경기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6⅓이닝 3피안타(1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적응이 애를 먹을 것이라는 우려를 씻고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한국보다 빡빡한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에도 무리없이 녹아들었다. 오히려 에이스급 활약으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잭 그레인키가 벤치 클리어링 중 당한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4월에는 3승1패 평균자책점 3.35로 마운드를 지켰고 팀이 시즌 최다인 8연패에 빠졌던 5월에는 3승1패 평균자책점 2.38로 경질 위기에 처했던 돈 매팅리 감독을 구했다.
5월28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는 9회까지 상대 강타선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완봉 역투를 펼쳤다. 6월 치른 5경기에서는 1패에 그쳤지만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의 안정감을 뽐냈다.
류현진의 호투는 그를 삐딱하게 바라보던 미국 언론의 태도를 바꿔놨다.
'야후스포츠'는 전반기 종료 후 류현진을 상위급인 'A-'로 분류했고 다른 매체들 역시 신인왕 후보를 거론할 때마다 류현진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무모한 트집잡기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꾸준했던 호투는 기록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류현진은 30번의 등판 중 22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선보였다.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것은 컨디션 조절차 등판한 이날 최종전이 유일했다. 다저스에서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이는 사이영상 후보 클레이튼 커쇼(236이닝)와 리키 놀라스코(198⅓이닝) 뿐이다.
류현진은 7월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을 시작으로 내리 5경기를 승리하며 목표로 했던 10승 고지를 넘어 14승 달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류현진이 챙긴 14승은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 14승6패)와 함께 올 시즌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다 승리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