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군단'에 이어 '거인군단'마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6-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넥센 히어로즈가 LG 트윈스를 꺾으면서 4강행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은 넥센이 됐다.
포스트시즌 티켓 4장은 삼성과 LG, 넥센, 두산이 차지했다.
이변이 속출하는 시즌이다.
우승후보 KIA 타이거즈가 일찌감치 4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SK 와이번스에 이어 롯데마저 가을잔치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SK는 7년 만에 쓰라린 경험을 맛보았고, 롯데도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초 SK와 롯데는 유력한 우승 후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어도 4강권으로 분류됐다. 두 팀은 최근 수년 간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선수들 또한 자신감을 키우면서 승리 DNA를 심었다. 이 같은 전례로 봤을 때 올해도 SK와 롯데의 포스트시즌행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특히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수많은 명승부를 펼쳤던 SK의 탈락은 야구팬들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두산과 삼성을 상대로 라이벌 구도를 펼치며 지난 6년간 최강팀 중 하나로 군림해왔기 때문이다.
정우람의 군입대로 어느 정도의 전력 약화는 예상됐지만 시즌 초반부터 믿었던 카드 박희수와 윤희상이 나란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에이스 김광현도 이전과 같은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송은범은 시즌 도중 KIA 유니폼을 입었다. 과거 철옹성을 자랑했던 불펜진도 그 위용을 잃어버렸다.
선발진에서 크리스 세든(13승6패 평균자책점 3.07)이 힘차게 날개짓을 했지만 이미 한쪽 날개가 망가진 비룡은 제대로 날지 못했다.
타선에서는 최정의 활약이 돋보였다. 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지만 SK에는 그를 뒷받침해줄 만한 선수가 부족했다. 정근우도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박정권과 김강민 등이 시즌 후반 타선을 이끌어 불씨를 살렸지만 분위기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LG 트윈스와 신생팀 NC 다이노스에 각각 5승11패, 6승9패로 밀린 점도 뼈아팠다.
주전선수들이 시즌 내내 안정을 찾지 못하자 팀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후반기 들어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끝내 SK 특유의 끈질긴 집념의 야구는 나오지 않았다.
SK 이만수 감독은 지난 26일 "남은 경기에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의 부족한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롯데는 만년 하위권을 맴돌다가 2008년부터 4강권에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비록 최근 5년간 포스트시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경쟁력 있는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올해는 5할 승률에 턱걸이한 상황이다. 시즌 시작 전부터 손실이 너무 컸다. FA 홍성흔과 김주찬을 모두 놓쳐 전력약화는 당연했다. 이대호도 없는 마당에 이 두 선수의 공백은 롯데의 근간을 흔들었다.
손아섭이 홀로 고군분투했지만 연쇄 폭발을 주도할 후속 타선의 힘이 약했다. 롯데에는 손아섭을 제외하면 2할8푼대 타자도 없다. 팀타율도 최저 수준인데다가 홈런도 넥센 히어로즈나 SK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선발진에서 외국인 듀오 쉐인 유먼(13승)과 크리스 옥스프링(12승), 송승준(11승)이 버티지 못했다면 성적은 더욱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롯데는 4,5선발감이 없어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마운드 운용이 힘들어지면서 전체적으로 팀 운영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기대했던 '믿을맨' 정대현과 김사율이 나란히 부진을 면치 못해 4강으로 가는 동력을 잃었다. 마무리 김성배의 발견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하위 3개 팀인 KIA와 NC, 한화를 제외한 상위팀들에 전혀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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