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발탁)원칙이 상황마다 바뀌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우선이다."
영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홍명보(44)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23일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속팀에서의 활약 없이 대표팀에 발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박주영(28·아스날)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홍 감독은 지난 13일 추석 연휴까지 반납한 채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약 열흘 가까이 영국에 머문 그는 박주영을 비롯해 기성용(24)과 지동원(22·이상 선덜랜드)·이청용(25·볼턴)·윤석영(23·퀸즈파크레인저스)·김보경(24·카디프시티) 등 잉글랜드 1·2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직접 만나고 왔다.
모든 관심은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스트라이커' 박주영의 거취에 쏠렸다.
올 시즌 원소속팀 아스날로 돌아온 박주영은 아직까지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실전 경험이 크게 떨어진 그는 해외파가 모두 소집된 지난 아이티(6일)-크로아티아(10일) 평가전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대표팀의 골 결정력 부족과 원톱 공격수 부재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홍 감독에게 박주영은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홍 감독은 실리보다 원칙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홍 감독은 "이번 영국 방문을 통해 박주영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며 "대표팀 복귀 여부는 그의 의지에 달려있다. 일단 본인이 대표팀 복귀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분한 경험을 지니고 있는 선수인 만큼 본인이 알아서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해 내리라 믿는다"며 "하지만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출전이 대표팀 발탁의 기준이 된다는 기존의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원칙이 상황마다 바뀌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주영과 함께 대표팀 낙마의 고배를 마셨던 기성용에 대해 홍 감독은 "이적 후 2경기를 치렀고 컨디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며 "오늘 디 카니오 선더랜드 감독이 경질됐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기성용의 상황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의 재발탁 여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홍명보 감독과의 일문일답

- 박주영과 어떤 얘기를 했나.

"박주영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뛰고 있는)모든 선수들과 만났다. 이번 영국 방문을 통해 박주영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지금은 컨디션적으로 이런저런 얘길 나눌 상황이 아니다. 이제 막 부상에서 회복돼 팀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 박주영의 대표팀 복귀는 언제쯤 가능하겠나.

"그것은 내 의지보다는 박주영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본인이 대표팀 복귀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아 다소 어렵게 생활하는 것 같았다. (감독으로서)마음이 안 좋기도 했다. 충분한 경험을 지니고 있는 선수인 만큼 본인이 알아서 잘 극복하리라 생각한다."

-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대표팀 발탁 기준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기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나.

"그렇다. 이미 얘기했듯이 약 2~3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시간 벤치에 앉아있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대표팀이 한 자리에 모인다고 해도 훈련을 길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2~3일 정도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출전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기존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 박주영이 아스날에서 출전 기회를 못 얻고 있는데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보다는 본인(박주영)이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것에 대해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다. 알아서 잘 판단할 것이다."

- 영국 출장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해외파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훈련·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가서 새삼 느꼈다. 앞으로도 그 선수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감독으로서 노력할 생각이다. 우리가 여기서 보는 것과 달리 해외파들은 경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외국에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독일 출장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기성용과는 어떤 얘기했나.

"기성용과 박주영 두 선수와 특별한 얘기를 나눈 것은 없다. 전체적으로 모든 선수들과 똑같은 대화를 했고 거기에서 선수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들었다. 기성용 역시 팀을 이적해서 2경기를 치렀고 컨디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디 카니오 선더랜드 감독이 경질됐다는 얘길 들었는데 기성용의 상황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기성용, 다음달 브라질 평가전에 발탁 가능성 있나.

"아직 거기까지 결정하지는 않았다."

- 박주영의 경우 대표팀에 들어와서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각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대표팀 발탁)원칙이 상황마다 바뀌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 박지성의 활약이 좋은데 대표팀 감독으로서 욕심이 나지 않나.

"내가 감독에 선임된 뒤 박지성과 가족들이 대표팀 복귀는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일단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재발탁을 따로 고려해보지는 않았다."

- 브라질·말리 평가전 목적은.

"지금까지 동아시안컵·페루·아이티·크로아티아전(총 6경기) 등을 치렀는데 이 가운데 경기다운 경기는 크로아티아전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국내와 해외파)모든 선수들이 합류해서 경기를 치렀고 상대도 유럽의 강팀이었다. 다가올 말리, 브라질과의 평가전 역시 우리에게 좋은 경험될 것이다. 강팀들을 상대하며 우리의 월드컵 본선 경쟁력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장 기쁨을 얻기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내년 월드컵까지 세워놓은 계획을 위해 차분히 경험을 쌓아 나갈 것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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