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위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량한 7위 팀 KIA는 시즌 전만 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었다. 사실 시즌 전 전망은 외부 평가와 내부 평가가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겉으로 보는 것과 안에서 고민하는 것은 또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의 KIA는 달랐다. 내심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은 기대를 품고 있었다. 김주찬 가세 등 드러난 전력 보강 요인만으로 내린 결론은 아니었다. 세 가지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승 후보에서 4할 승률까지 위협받는 하위권으로 떨어진 이유도 이 세 가지 확신이 무너진 탓이었다.
KIA는 우선 윤석민의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FA를 맞이하는 시즌. 류현진(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진출 성공이 그에게 좋은 자극이 되리라 생각했다.
두 번째는 선발진이었다. 선발 중 한 명(앤서니)을 마무리로 돌릴 만큼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윤석민-김진우-소사-서재응 등으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은 단연 9개 구단 중 최강으로 여겨졌다.
마지막은 안치홍이었다. 지난해 수비에서 먼저 무너지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그다. 하지만 튼실한 훈련을 통해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이 내부 평가였다. “안치홍은 손 대지 않는다”는 말이 코칭스태프에서 나올 만큼 신임이 대단했다.
이 세 가지 믿음은 팀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의 집합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마운드가 순조롭게 돌아가고, 안치홍을 통한 안정된 수비와 하위 타선 강화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기반이 될 거라 믿는 것이 당연한 듯 보였다. 변수가 많은 야구에서 가장 안정적인 부분에 대한 믿음이었기에 자신감도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마자 많은 것이 흔들리고 말았다.
윤석민은 어깨 통증 탓에 정상적으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덩달아 선발진도 흔들렸다. 불같이 터지는 방망이로 단점을 보완하는 듯 보였지만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쓰러지자 이내 맨 속살을 드러내고 말았다.
여기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투구로 다시 마운드에 선 양현종이 부상으로 빠지고 김진우 마저 이탈하자 그야말로 속수 무책이었다. 여기에 윤석민은 구멍난 마무리 자리를 맡기 위해 아예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일 까지 생겼다.
선발 3명이 모두 아홉수에 걸리며 단 한명의 10승 투수도 아직 배출하지 못했다. 그저 운으로만 돌리기엔 너무도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여기에 안치홍은 시즌 개막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5월까지 1할 타율에서 맴돌며 전혀 힘을 보태지 못했다. 6월 이후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 이미 팀은 추락이 시작된 후였다. 시즌 초반 불 같이 타선이 터지며 몇몇의 부진은 묻어갈 수 있엇지만 방망이의 힘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일 뿐이었다.
결국 KIA가 자신했었던 모든 것들이 무너진 시즌이 되고 말았다. 때문에 지금의 순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부상에 대한 계산을 완벽하게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치는 선수가 줄어들었다면 결과는 또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부 평가는 보다 냉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플러스적 사고 보다는 마이너스적 사고로 시즌을 준비해야 할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한 해설위원은 “믿었던 세 가지 부분이 모두 무너졌다. KIA의 2013시즌도 그렇게 끝났다”며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는 걸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플러스라 생각했던 부분마저 안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힘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