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이하 사령탑들 모두 PS행 준비, 베테랑들은 쓸쓸한 가을

경력은 훌륭한 지도자를 논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숱한 경험으로 익힌 노하우는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긴 배움이 늘 성공과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프로야구가 좋은 예다. 지금의 프로야구는 초보 감독들의 전성시대다.
LG 트윈스 팬들의 가을 야구 숙원을 풀어줄 김기태(44) 감독은 이제 고작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지도자다. 프로야구 감독 세계에서는 쉽게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팀 내에서는 아직 현역으로 뛰는 류택현(42)-최동수(42)보다 2살 많을 뿐이다.
개막을 앞두고 LG가 마지막까지 페넌트레이스 우승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4위 진입을 점찍은 이 또한 극소수일 정도로 LG가 정상권에 접근하려면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던 LG의 분전은 김기태 감독이 추구한 '형님 리더십'의 연착륙과 맞물린다.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와 팬 덕분', 패할 경우 '내 탓' 등의 작은 변화들은 10년여 간 포스트시즌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LG 선수들을 편하게 했다.
LG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의 수장 염경엽(45) 감독은 이제 막 지휘봉을 잡은 새내기다. 넥센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감독 경험이 전무한 염 감독을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조금은 쌀쌀했던 팬들의 반응이 바뀌기까지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염 감독은 여느 베테랑 못지않은 철저한 분석과 선수단 장악 능력으로 넥센을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여기에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까지 끄집어내는데 성공하면서 롱런의 조건까지 갖췄다.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50) 감독과 두산 베어스 김진욱(53) 감독 역시 3년차와 2년차인 신예급 사령탑이다. 5위 SK 와이번스의 이만수(55) 감독도 사령탑 경력은 2년으로 짧다.
반면 5년 이상의 베테랑 감독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위권에 모여있다. 신생팀 NC 다이노스 김경문(55) 감독만이 이름값을 해냈을 뿐 나머지 이들은 모두 체면을 구겼다.
고향팀인 KIA 타이거즈에서 우승을 이끌겠다는 8년차 선동열(50) 감독의 꿈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선동열 감독은 2005년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첫 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삼성 시절 탁월한 투수 조련으로 성공 시대를 연 선 감독은 큰 관심 속에 2011년 KIA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2년 연속 가을야구행에 실패하면서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
현대 유니콘스와 넥센 히어로즈를 거쳐 롯데 자이언츠에 입성한 6년차 김시진(55) 감독은 홍성흔(두산), 김주찬(KIA) 등 핵심 타자들이 빠진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하며 조금은 쓸쓸한 가을을 보내게 됐다.
무려 23년째 더그아웃 상석에 자리 잡고 있는 한화 이글스 김응용(72) 감독은 여태껏 겪지 못했던 최악의 1년을 보냈다.
프로 야구 31시즌 중 홀로 10번의 우승을 맛본 노감독은 지도자 인생 첫 꼴찌의 쓴맛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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