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영국에서 귀국하는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이 런던올림픽 때처럼 박주영(28·아스날)을 품을까.
영국에서 뛰는 유럽파를 점검하기 위해 13일 영국으로 떠났던 홍 감독은 23일 귀국해 유럽파 활용을 포함한 대표팀 운영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최대 관심사는 박주영의 대표팀 재발탁 여부다.
박주영은 홍명보호 출범 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홍 감독은 그동안 '소속팀 꾸준한 출전'이라는 원칙에 맞게 박주영을 발탁하지 않았다. 박주영은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벤치만 달구고 있다. 최근 아스널 1군팀 포토 데이에 참석한 박주영은 불안한 입지 만큼 표정이 밝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아스널을 떠나야할 1순위로 박주영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동아시안컵, 페루·아이티·크로아티아와 평가전에서 '킬러 부재'를 절감했다. 그동안 원톱 김신욱(울산)과 김동섭(성남), 서동현(제주), 지동원(선덜랜드), 조동건(수원)을 실험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라이벌 일본은 한국과 달리 3년 가까이 최정예 멤버로 호흡을 맞추고 있고, 브라질월드컵은 9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전성기 시절 골 결정력과 전후좌우 폭넓은 움직임을 선보인 박주영 재발탁 여론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수의 축구인들도 "그래도 우리나라에 박주영 만한 공격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내가 수원 감독 시절 서울과 경기를 할 때 제일 골치 아팠던 선수가 박주영이었다. 소속팀에서 못 뛰면 대표팀에서라도 기회를 줘서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도 "주영이 형은 경험 많고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개인적으로 대표팀에 다시 돌아와 나라를 위해 뛰어주길 응원한다"고 말했고, 김보경(카디프시티)도 "제로톱은 점유율에서 장점이 있지만 위험지역에서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자주 맞게 된다. 공격에서 한 방이 있는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주영이 형이 있으면 좋겠지만 홍 감독님이 잘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브라질, 말리와 평가전을 앞둔 홍 감독도 박주영 재발탁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홍 감독은 추석 연휴 기간인 20일경 영국에서 박주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주영이 대표팀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면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박주영이 병역 면탈 의혹에 시달리자 기자회견에 동석해 "박주영이 군대를 가지 않으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발언으로 힘을 실어줬다. 박주영은 일본과 3-4위전에서 수비수 4명을 농락하는 추풍낙엽슛 등으로 동메달 획득을 이끌며 보은했다. 홍 감독이 15개월 전 그 때처럼 다시 박주영을 품을지 주목된다. 박주영은 최근 카타르 알 가라파 러브콜을 거절하고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홍 감독이 박주영과 함께 '뜨거운 감자'인 기성용(24·선덜랜드)을 재발탁할지도 관심사다. 기성용은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 시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파문을 일으켰던 여파가 남아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기성용의 포지션인 중원사령관 부재를 절감하고 있다. 템포 조절과 볼배급, 탈압박 능력, 중거리슛 등을 두루 갖춘 기성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스완지시티 주전경쟁에서 밀린 기성용은 "뛸 수 있는 팀을 찾으라"는 홍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였고, 선덜랜드 임대 후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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