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에 목마른 홍명보호가 '유럽파'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과 김보경(24·카디프시티) 등을 활용한 다양한 득점 루트를 실험하고 있다.
홍명보(44)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6일 오후 8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아이티와 평가전을 치른다.
홍 감독은 최강희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나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홍명보호는 지난 7월 2013동아시안컵에서 3경기(2무1패)에 이어 지난달 14일 남미 '복병' 페루와의 친선경기까지 3무1패를 기록했다.
답답한 골 결정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홍명보호가 4차례의 A매치에서 기록한 골은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나온 윤일록(서울)의 중거리 슈팅이 유일하다.
김동섭(성남)·서동현(제주)·김신욱(울산) 등 K리그 정통 스트라이커들은 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 페루전에서 가능성을 보인 조동건(성남) 만이 대표팀에 재발탁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진이 처음으로 가세했다. 홍명보호가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유럽파들이 합류한 만큼 승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더욱이 아이티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74위로 한국(56위)보다 낮아 첫 승 제물로 여겨지고 있다.
홍 감독은 아이티를 상대로 국내파와 유럽파의 다양한 조합을 점검하고 오는 10일 '강호' 크로아티아(FIFA랭킹 8위)와의 평가전에 최정예 멤버를 출격시킬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호는 4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아이티전을 대비한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임했다.
홍 감독은 자체 미니게임을 통해 공격진에 다양한 실험을 꾀했다. 4-2-3-1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지동원과 조동건, 구자철이 점검 받았다.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지동원과 조동건의 2파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구자철이 변수로 떠올랐다.
홍 감독은 구자철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사실상 처음으로 제로톱 카드를 꺼내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구자철은 전반에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2선에서 좌우 측면 자원인 김보경(카디프시티)-이청용(볼턴)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 조동건을 지원했다.
구자철의 최전방 공격수 변신은 후반에 나타났다. 홍 감독은 조동건을 빼고 구자철을 최전방으로 끌어올렸다. 윤일록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김보경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구자철은 정통 스트라이커와는 거리가 멀다. 소속팀에서도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골 결정력에는 일가견이 있다. 지난 2011년 아시안컵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뛰며 5골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구자철에게 공격적인 임무를 맡길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명단에는 구자철의 이름이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에 자리했다.
훈련을 마친 구자철의 표정에는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불가능할 것도 없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구자철과 호흡을 맞췄던 이청용은 "어느 자리에서도 자기의 역할을 하는 선수"라고 구자철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김보경은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니다보니 스크린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내려와서 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날 구자철 못지 않게 김보경의 포지션 이동이 눈에 띄었다. 김보경은 구자철이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가면서 측면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김보경은 최강희 전 감독 체제에서 주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그러나 최근 소속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홍 감독은 김보경의 멀티 능력을 감안해 두 포지션을 실험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보경은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레버쿠젠)과 윤일록 등과 경쟁해야 하고,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이근호(상주)와 구자철 등과 경합해야 한다. 이근호 역시 측면으로도 뛸 수 있어 2선 공격수 자리가 가장 치열하다.
김보경은 훈련을 마친 뒤, "두 포지션 모두 불편한 부분은 없다. 다만 소속팀에서 뛰고 있는 중앙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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