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최다승 경신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선수들이 35개월 여 만에 톱10에 한 명도 진입하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계) 선수들은 2일(한국시간) 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의 콜럼비아 에지워터 골프장(파72·6465야드)에서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총상금 130만 달러)에서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 선수가 톱10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2010년 10월 CVS·파머시 LPGA 챌린지 이후 약 35개월 만이다. 당시 강지민(33)과 이일희(25·볼빅)은 공동 15위에 랭크됐다.
이후 한국 선수들은 꾸준히 톱10에 들며 LPGA 투어에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받치는 등 맹활약하며 LPGA 무대를 호령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신지애(25·미래에셋), 최나연(26·SK텔레콤), 유선영(27)이 나란히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공동 15위를 차지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이 대회 3년 연속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우승하겠다던 호기로움은 톱10 진입 실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채 사라졌다.
2010, 2011년 거푸 준우승을 차지했던 최나연은 이번 대회 2라운드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최종일 그린적중률은 61%대로 떨어졌고 퍼트 수도 29개로 늘었다. 유난히 물렀던 그린이어서 그린 스피드를 읽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계) 선수들은 대체로 샷의 정확성이 떨어졌고 퍼트 또한 흔들렸다.
지난해 준우승했던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대회 직전 장염 증상을 호소하며 갑작스럽게 불참을 결정했다.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그는 12일 시작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앞두고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아쉽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박인비가 빠지자 순위표 위에서 견인할 선수가 없었다. '맏언니'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1라운드 공동 3위, 2라운드 공동 8위에 머물며 이끌었지만 뒤에서 따르는 후배들이 없었다.
3라운드 들어 전 세계랭킹 1위 청야니(24·대만)가 기나긴 부진을 털고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고 최종일에는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와 랭킹 3위 수잔 페테르센(32·노르웨이)이 우승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공동 36위로 최종일을 출발한 유선영(27·정관장)이 마지막날 4타를 줄이며 분전했지만 끝내 공동 15위에 만족해야 했다. 신지애와 최나연 역시 각각 2타와 1타씩을 줄이며 톱10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1타만 더 줄였으면 공동 9위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짙게 남았다.
박인비의 불참으로 한국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 박인비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
지난해부터 신지애와 최나연의 '원투 펀치'를 뛰어넘는 존재로 급부상한 박인비는 올 시즌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포함해 혼자서 6승을 책임졌다. 한국(계) 선수가 쌓은 10승의 60%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물론 이일희가 퓨어 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 테이프를 끊었고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도 2년 만에 우승을 추가하는 등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지만 그밖의 선수들의 활약은 미진했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 대회의 결과만을 놓고 한국 선수들의 부진을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앞으로 메이저 에비앙챔피언십을 포함해 대회가 8개나 남았다. 2009년에 세웠던 한국인 최다승(12승) 기록이라는 목표가 뚜렷하기에 이후로도 좋은 기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첫 여자 골프 그랜드슬램이라는 과업을 눈 앞에 두고 홀로 골프 역사를 바꿀 준비를 하는 박인비 곁을 지켜줄 지원군이 있으면 더욱 든든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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