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경기에서 20승12패. 승률 6할2푼5리.
결코 쉽지 않은 기록이지만 따져보면 절대로 끝난 것도 아니다.
KIA는 26일 현재 43승2무51패로 승률 4할5푼7리를 기록하며 7위에 있다. 마지노선인 4위 넥센과는 7.5경기 차, 그 사이에서 다투는 5위 롯데(5.5경기), 6위 SK(3.5경기)와도 차이는 있다.
올해는 9구단 체제에 하위 팀이 크게 처지면서 4위 팀 승률도 5할 선에서 결정되던 예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모두가 예측하고 있다.
KIA는 남은 32경기에서 6할2푼5리 승률을 거둬야 시즌 승률 5할을 채운다. 4강에 가려면 그보다 더 많이 이겨야 하는 셈이니, 핵심 선수들이 부상 병동을 차린 KIA의 4강 가능성은 그래서 낮다못해 아예 없어보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수만가지 변수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KIA는 이미 지난해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이맘 때까지만 해도 4위권에 3경기 차 뒤진 5위였던 KIA는 9월 초 연패에 빠지며 약 20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 5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4강을 포기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그런 상태로 당시 KIA에 8.5경기 차 앞서고 있던 2위 롯데와 3연전(9월12~14일)을 치러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마지막 날 더블헤더 2차전에서 연장 12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무승부를 만들며 롯데에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보름 뒤, 롯데를 다시 만났을 때는 다시 4강 희망이 생겼다. 롯데는 그 더블헤더 이후 1승9패로 추락, 4위로 떨어졌고, 4.5경기 차까지 좁힌 채 롯데를 만난 KIA는 시즌 막판 서재응-김진우-윤석민-소사의 4경기 연속 완투승으로 대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결국 KIA가 3연전 중 한 경기를 져 탈락이 확정됐지만 KIA가 남은 4경기를 다 이기고, 롯데가 남은 3경기를 다 지면 4위가 뒤집히는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실낱 같은 희망’. 그러나 바꿔 말하면 KIA가 일찍 4강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실제 4강에 진출했을지도 모르는 시즌이었다.
현재 KIA 상황은 지난 시즌보다 나쁘다. 순위는 더 처져있고, 부상 선수는 더 많다.
하지만 아직 32경기가 남아있다. 지난해 경험에서 봤든 맞대결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KIA의 남은 경기 중 절반인 15경기가 상대가 넥센(4경기), 롯데(6경기), SK(5경기)이다. 3위 두산과도 5경기 남아있다. 1~2위가 유력한 삼성·LG와는 2경기씩만 남았고, 최하위 한화와도 5경기가 남아있다.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남은 32경기에서 승부를 걸어볼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KIA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개막 전부터 우승을 목표로 공언하고 자신있게 출발했다. 4강에 결국 못 가더라도 자존심은 지켜야 하는 이유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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