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상황이 어렵다. 그렇다보니 프로 데뷔 후 최고 활약에도 마음껏 웃지 못한다. KIA 신종길(30)은 "나만 봤을 때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이라며 아쉬워했다.
신종길은 21일 현재 타율 0.330·4홈런·3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5월 중순 오른 허벅지 햄스트링을 다쳐 규정타석에서 21타석이 모자르지만, 현재 타율 4위권에 해당한다. 타점은 나지완·이범호·최희섭 등 중심타자에 이어 팀내 4위로, 종전 최다였던 35점(2011년)은 이미 넘어섰다.
특히 올 시즌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신종길은 그 동안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빠른 발과 수비 능력 등을 인정받아 최근 2~3년간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시즌에 돌입하면 방망이가 맥 없이 돌아갔다. 그는 시즌 초반 "야구를 하면서 그렇게 안 된 적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멘탈 붕괴'라는 느낌이랄까"라고 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개막 4경기 만에 왼 손목 골절상으로 빠진 김주찬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웠고, 주전 선수들의 부상 및 부진으로 팀 타격이 침체를 겪을 때도 슬럼프 없이 활약했다. 8월을 제외하고 개막 후 7월까지 매월 3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신종길은 "주자가 있어도 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1~2타석 못치면 꼭 살아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까지 타격왕 후보로도 손꼽혔다. 그러나 신종길을 손사래쳤다. 그는 "나는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이 가능하지도 않고, 억대 연봉 선수다 아니다"며 "일단 규정타석을 채우는게 목표다"고 말했다. 2002년 롯데에서 프로 데뷔 한 그는 아직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한 번도 없다.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고 고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신종길은 마음껏 미소짓지 못했다. 팀 성적 탓이다. 개막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KIA는 7위까지 추락했다. 시즌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4위 넥센과 7경기 차로 포스트시즌 진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신종길이 "개인 성적은 좋지만 타이거즈 우승 순간 내가 있는게 목표다"고 안타까워한 이유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신종길은 어릴 적부터 광주구장에서 야구를 보며 꿈을 키웠다. 때문에 롯데-한화를 거쳐 KIA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 정말 기뻐했다. 그는 "KIA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는 게 정말 목표다. 그리고 내가 우승 순간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