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넘버원 골키퍼' 정성룡(28·수원)이 축구대표팀 후배 김승규(23·울산)의 도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성룡은 20일 경기도 화성의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삼성 소셜팬과 함께 하는 드림캠프-골키퍼편'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김)승규와 라이벌이 됐다는 얘길 많이 듣는데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경쟁으로 인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함께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부터 한국의 주전 골키퍼 자리는 정성룡의 차지였다. 대표팀에서 피말리는 주전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정성룡은 변함 없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그라운드에 섰다. 그는 '붙박이'였다.
철옹성 같았던 정성룡의 입지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홍명보(44) 감독이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에 오르며 대대적인 개혁이 시작됐다. 기존의 경력·명성 등은 무의미해졌고 선수들은 원점에서부터 주전경쟁을 펼치게 됐다.
골키퍼 자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홍 감독은 지난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페루와의 친선경기에 정성룡 대신 신예 골키퍼 김승규를 투입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홍 감독의 기대에 김승규가 완벽하게 부응했다. 처음으로 대표팀에 차출된 김승규는 A매치 데뷔전에서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한국의 0-0 무승부를 견인했다.
김승규는 특히 전반 43분과 후반 39분 두 차례의 결정적인 실점 위기에서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을 발휘해 한국의 골문을 지켜냈다. 그는 '골키퍼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했음을 널리 알렸다.
페루전 이후 김승규는 단숨에 정성룡의 라이벌로 부상했다.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의 골문을 지킬 골키퍼는 단 한 명뿐이다. 피할 수 없는 골키퍼 주전 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정성룡도 이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정성룡은 "페루전 소집 기간 동안 승규와 같이 훈련을 하며 상당히 인성이 좋은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는 말 수가 적지만 운동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활기차다"며 "승규는 신장이 크면서도 순발력이 뛰어나다. 좋은 장점들을 지니고 있는 선수다"고 후배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이어 "승규나 (이)범용이 같은 후배들이 있기에 나 역시 긴장감을 갖고 훈련에 더 열심히 임할 수 있다"며 "서로가 경쟁을 통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함께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 지금의 라이벌 구도가 윈윈을 위한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은 다음달 6일 아이티, 10일 크로아티아와 차례로 친선전을 치른다. '홍명보호 3기'가 꾸려진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정성룡은 "언제나 그래왔듯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며 "당장 다음 경기 출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라운드 위에 서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선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제는 팀 내에서 고참으로서의 역할도 해야할 때"라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레전드 골키퍼' 이운재(40)는 "지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골키퍼들은 모두 좋은 선수들이다. 누가 주전 자리를 맡더라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의 세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맘고생도 심할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과의 경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출범 이후 아직까지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홍명보호에 대해 이운재는 "월드컵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지금 당장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국민들이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정성룡과 이운재는 이날 드림캠프에 참가한 골키퍼 유망주 24명과 함께 맞춤형 레슨 및 토크 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