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는 육상 남자 단거리의 '역사 제조기'다. 그가 만들어낸 역사는 '전설'이라 불러도 무방한데 이 '전설'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볼트는 18일 밤(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제14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 금메달을 휩쓸면서 3관왕에 등극했다.
볼트와 네스타 카터, 케마르 베일리-콜, 니켈 애쉬미드가 주자로 나선 자메이카 육상대표팀은 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37초36의 시즌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 금메달을 모두 쓸어담은 볼트는 또 다시 3관왕을 차지하며 육상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역사상 단거리 3관왕을 두 차례 차지한 것은 볼트가 처음이다.
볼트 이전에 1999년 세비야 대회의 모리스 그린(미국)과 2007년 오사카 대회의 타이슨 게이(미국) 등 2명이 세계선수권대회 단거리 3관왕에 성공했으나 한 번으로 그쳤다.
2007년 오사카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금메달 8개, 은메달 2개를 따낸 볼트는 칼 루이스, 마이클 존슨(이상 미국) 등 '육상 전설' 들이 세운 세계선수권대회 역대 최다 관왕에 타이를 이루게 됐다.
메달 순위로 따지면 금메달 8개, 은메달 2개를 따낸 볼트가 루이스와 존슨에 앞선다.
루이스는 100m와 멀리뛰기, 계주 등에서 8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 1개의 동메달을 땄다. 200m와 400m 등에서 활약한 존슨은 금메달만 8개를 품에 안았다.
여자 쪽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미국의 육상 스타 앨리슨 펠릭스가 기록한 금메달 8개(은메달 2개)가 최다 관왕이다. 펠릭스는 계주에서 딴 금메달만 5개라 개인종목 금메달이 더 많은 볼트가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볼트는 수 차례 육상의 역사를 바꿔왔다. 그가 트랙을 질주할 때마다 육상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m, 400m 계주 은메달만을 따냈던 볼트가 전설을 향해 순항을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2008년 5월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볼트는 그 해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트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00m(9초58), 200m(19초19) 세계기록을 다시 쓰며 금메달을 수확했고, 400m 계주까지 석권해 메이저대회 2연속 3관왕에 등극했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당해 화려한 경력에 흠집을 냈지만 볼트는 200m 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랬고, 400m 계주에서 동료들과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보탰다.
지난해 런던올림픽도 볼트의 무대였다.
100m에서 9초63의 올림픽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볼트는 루이스에 이어 올림픽 남자 100m 2연패를 달성했다.
볼트는 200m에서도 19초32로 금메달을 수확, 올림픽 사상 최초로 200m 2연패를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긴 동시에 올림픽 육상 남자 단거리 2연속 2관왕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동료들과 나선 400m 계주에서 볼트는 다시 한 번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올림픽 사상 최초 2연속 남자 단거리 3관왕의 영예를 누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볼트는 육상 역사를 바꿨다. 다리에 통증이 있었던 탓에 세계신기록은 작성하지 못했지만 '언터처블'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올 시즌 들어 경쟁자들에게 정상의 자리를 빼앗기며 주춤해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대항마로 여겨지던 게이, 아사파 포웰(자메이카)이 금지약물 파동으로,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가 부상으로 불참했다. 볼트는 경쟁자가 없는 이번 대회를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볼트는 지난 12일 100m 결승에서 9초77을 기록,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4년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2011년 대구 대회에서 부정출발로 고배를 들었던 볼트는 아쉬움을 씻어냈다.
18일 벌어진 200m 결승에서 19초66으로 우승한 볼트는 2009년 베를린 대회, 2011년 대구 대회에 이어 200m 3연패를 달성했다.
세계선수권대회 200m에서 3연패를 달성한 것은 볼트가 최초다. 이전까지 캘빈 스미스(미국)가 1983년 헬싱키 대회와 1987년 로마 대회에서 2연패한 것이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이었다.
200m 최강자로 한 시대를 풍미한 존슨도 1991년 대회에서 우승하고 한 대회를 거른 뒤 1995년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나 남자 100m, 200m 금메달을 모두 따낸 것도 볼트가 처음이다.
볼트는 이번 대회 자신의 마지막 종목이었던 4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하며 육상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루이스까지 뛰어넘었다.
이미 볼트의 시선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향해 있다. 이미 올림픽의 역사를 다시 쓴 볼트는 아무도 해내지 못한 '전설'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있는 상태다.
볼트는 200m 레이스를 마친 뒤 "나의 목표는 다음 올림픽에서 타이틀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이전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이번 세계대회는 그 목표를 향한 디딤돌"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최강자로 군림한 2008년 이후 이렇다할 대항마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태다. 볼트가 3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누구도 쉽게 갈아치우지 못할 '신화'를 쓸 가능성은 높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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