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는 마무리로 변신했고, 팀 내 최다승 투수는 부상에서 돌아왔다.
KIA가 마지막 반격 기회를 맞았다. 윤석민(27)의 희생과 양현종(25·이상 KIA)의 투지가 꺼질 것 같던 KIA의 숨통을 다시 열어줬다.
윤석민은 남은 시즌 마무리 전업을 선언했다. 선동열 감독을 비롯하 코칭스태프가 전반기부터 원했던 바지만 올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 윤석민의 사정을 생각해 강요할 수는 없었다. 사정을 아는 윤석민도 망설여왔지만 결국 팀의 대위기 속에서 ‘희생’을 택했다.
어깨 통증 여파로 전반기 부진하다 마지막 경기였던 7월17일 한화전에서 첫 선발승을 거둔 윤석민은 후반기 첫 등판인 7월25일 LG전에서 8이닝 1실점으로 완투패 하는 등 구위를 회복한 터였다. 그러나 7월31일 삼성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KIA는 4-16으로 대패했다. 올 시즌 삼성전 (1승)10패째였다.
그 패배 이후 팀 분위기가 완전히 추락하면서 윤석민은 자신의 역할을 고민했다. 결국 3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자 선 감독에게 “마무리를 맡겠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5일 “물론 FA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팀에 대한 승부욕이 있다. 그동안 (마무리를 맡을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팀이 이렇게 되니 더 이상 FA 때문에 몸을 아끼거나 선발만 고집하고 싶지 않아졌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마무리를 자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윤석민이 마무리를 맡겠다고 한 데 이어 양현종도 합류했다.
6월28일 삼성전 도중 왼쪽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던 양현종은 재활을 거쳐 지난 3일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이번 주중 선발 등판할 계획이다.
한 달 간 재활을 마친 뒤 7월30일 2군에 합류한 이래 두 차례 실전 등판을 거쳐 돌아왔다. 투구수는 90개까지 소화해 1군 경기에 등판할 준비를 마쳤다.
양현종은 전반기에만 이미 9승(1패)을 거둬 팀내 최다승 투수에 오른 채 재활군에 가 있었다. 방어율은 2.30으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윤석민이 부진했던 전반기 KIA에서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해준 투수다.
재활군에 있을 때도 양현종은 “던지고 싶어 미치겠다”며 1군 복귀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절친한 윤석민이 선발승을 거뒀을 때는 야구장을 직접 찾아 응원하는 등 매일 경기를 지켜보며 가슴 졸였다. 최근 팀이 어려워지면서 많이 미안해하던 양현종은 복귀에 속도를 냈다.
8월 중순까지도 늦춰질 것으로 보였던 복귀 시기를 8월초로 당겼다. 2일 퓨처스리그 교류전에 등판해 최종 점검한 뒤 3일 곧바로 1군 선수단으로 합류했다.
윤석민의 마무리 전환과 양현종의 복귀는 KIA가 던진 진짜 마지막 승부수다.
둘의 의기투합으로 일단 ‘한 번 해보자’는 팀 분위기는 살아났다. 양현종이 전반기만큼만 앞에서 지켜주고, 윤석민이 매 경기 뒤를 든든히 막아주면 위기의 KIA는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