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심(心)을 잡은 태극전사는 누구일까?'
축구대표팀 홍명보호 첫 골의 주인공 윤일록(서울)과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선보인 홍정호(제주)-김영권(광저우) 중심의 포백 수비진이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가운데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의문 부호(?)를 지우지 못했다.
홍명보호의 23명의 태극전사들은 동아시안컵 9일간의 열전 동안 호주 중국 일본을 상대로 홍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국은 28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상대 공격수 가키타니 요이치로(세레소 오사카)에게 2골을 내주면서 1-2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2무1패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달 부임한 홍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 승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홍명보호는 전반 32분에 나온 미드필더 윤일록의 골로 무득점 행진을 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윤일록의 골은 이번 대회 홍명보호의 첫 골이자 유일한 골로 기록됐다.
홍 감독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이후인 지난달 24일 월드컵 본선을 1년여 앞두고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A매치 데이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파 차출이 어려웠다. 때문에 국내파 선수들과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로 멤버를 꾸렸다.
홍명보호에 승선한 23명의 태극전사 중 8명이 90년대생일 정도로 젊다. 이번 대회 전까지 A매치 10경기 이상을 소화한 선수도 5명에 불과했다.
홍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골키퍼 이범영(부산)을 제외한 22명의 선수들에게 고른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당장의 성적보다 선수들의 현재 기량과 1년 후 성장 가능성 등을 살피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A매치 경험이 전무했던 21살 동갑내기 윤일록(서울)과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 등 막내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윤일록은 이번 대회 전 경기에 출전해 대표팀의 유일한 골을 기록하며 홍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았다. 측면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공격 전 지역에서 멀티 본능을 뽐냈다.
홍명보호는 지난 20일 호주와의 1차전에서 21차례의 슈팅을 시도했고, 24일 중국과의 2차전에서도 10번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로 연결짓지 못하면서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들이 풀지 못한 골 결정력에 대한 숙제를 윤일록이 풀었다. 전반 32분 윤일록의 발 끝을 떠난 오른발 슈팅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일본의 오른쪽 상단 골망을 정확히 갈랐다.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는 안정적인 수비력과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무기로 홍 감독의 신뢰를 쌓았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 돌파도 일품이었다.
일본 J리그 소속팀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하는 만큼 1년 뒤 발전한 그의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태극전사들은 홍 감독이 청사진으로 내건 '한국형 축구'를 몸에 익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전면 강압 수비를 펼쳤다. 공격 전개가 끊긴 뒤 곧바로 압박을 가해 상대의 역습을 예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안정적인 볼 점유율과 간결하고 세밀한 패스워크로 측면을 공략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서 홍명보호가 수확한 최고의 성과는 탄탄한 수비 조직력이다.
지난 호주와의 1차전을 마치고 "수비에는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고 칭찬한 홍 감독은 "내년 월드컵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수비 조직력이다"고 말했다.
홍명보호에는 4명의 중앙 수비수가 있다. 호주전에서 홍정호-김영권, 중국전에서 황석호(히로시마)-장현수(도쿄) 콤비가 나섰다.
승리가 절실했던 마지막 일본과의 최종 무대에서는 다시 홍정호-김영권 콤비가 나섰다. 비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 최다 득점(8골)을 기록한 일본의 공격진을 상대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홍정호-김영권 콤비는 '원조 홍명보의 아이들'로서 홍 감독과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 등을 함께하며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홍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만큼 새로운 대표팀 전술과 스타일에 쉽게 녹아들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차기 대표팀 붙박이 센터백 자리를 예약했다.
지난해 4월29일 경남FC와의 K리그 클래식 경기 도중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후 1년여 동안 고된 재활의 시간을 보낸 홍정호는 더욱 성숙한 플레이로 대표팀에 돌아왔다. 장기인 대인 마크와 수비진 리딩 능력은 여전했다.
김영권은 한국의 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과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18일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결정적인 수비 실수를 저지르며 팀에 0-1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며 여론의 질타를 감수해야 했다.
절치부심의 시기를 보낸 그는 더욱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수비시 안정적인 볼 처리와 커팅 능력으로 홍정호와 함께 전임 감독 체제에서 나타났던 수비 불안을 해소시켰다.
홍 감독이 올림픽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즐겨 사용한 전형은 4-2-3-1이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더블 볼란치)를 두는 것이 핵심이다.
홍 감독은 호주전에 이어 일본전에도 이명주(포항)-하대성(서울) 라인을 선발로 출격시켰다.
이들은 중원에서 안정적인 볼 배급을 하며 유럽파들이 자리를 비운 대표팀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하지만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이 복귀하게 될 경우 주전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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