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4)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24일 오후 8시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중국과 2013동아시안컵 2차전을 치른다.
지난 20일 호주와의 1차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위를 점하고도 0-0 무승부에 만족했던 홍명보호는 중국전을 통해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한다는 계획이다.
홍 감독은 자신의 감독 데뷔전이었던 호주전에서 빠른 압박과 유기적인 움직임,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격 축구로 '한국형 축구'의 실체를 공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1개의 슈팅을 때리고도 단 1골도 넣지 못한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확 달라진 대표팀의 경기력은 큰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2010년 0-3 대패 설욕해야
중국 축구는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에 대한 공포가 상당하다. 한국만 만나면 작아지는 중국이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43위로 중국(100위)보다 한참 우위에 있다.
역대 상대전적에서도 한국은 28전 16승11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참고로 올림픽대표팀간 맞대결에서는 8전 7승1무로 패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 맞대결에서 자존심을 잔뜩 구겼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2010년 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에 0-3으로 완패했다.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중국전 패배였다.
더욱이 3골 차 패배는 그동안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나오지 않았던 골 차이였다. 그만큼 충격적인 대패였다. 중국은 한국전 첫 승을 발판으로 정상에 올랐다.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허정무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중국전 패배로 망신을 당하며 여론의 거센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홍 감독이 '한국형 축구'로 3년 전 당했던 수모를 갚아야 한다.
▲첫 골의 주인공은 누구?
홍명보호의 첫 승만큼이나 마수걸이 골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대표팀의 공격수는 김신욱(울산), 김동섭(성남), 서동현(제주)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호주전에 출전한 선수는 김동섭과 김신욱이다. 김동섭은 홍 감독의 데뷔전에서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전해 이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기도 했던 경기에서 활발한 공격 참여로 눈도장을 찍었다. 최전방서부터 압박도 적극적으로 해 후방 라인의 부담을 덜었다.
홍 감독은 김동섭에 대해 "그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최강희 체제에서 장신 공격수로 중용됐던 김신욱은 후반에 교체로 투입됐다. 10분가량 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196cm의 큰 키를 바탕으로 한 제공권 장악과 몸싸움은 장신의 호주 수비진도 쩔쩔 매게 했다.
호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중국 수비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동현은 지난 17일 첫 소집에서 가장 먼저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한 주인공이다. 정신 무장이 완벽하다.
수비수 뒤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탁월하고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좋다. 이승기(전북), 윤일록(서울) 등 2선 공격진과의 조합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이승기, 윤일록, 고요한(서울) 등 최전방을 보좌하는 자원들도 적극적인 골 사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앙 수비라인, 굳히기 들어가나
홍 감독은 호주전을 마치고 "수비 라인은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며 호평했다. 월드컵 본선을 위해선 최대한 빨리 안정적인 수비라인을 구축해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홍정호(제주)와 김영권(광저우)의 중앙 수비라인은 시작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밀리고 세트피스에서 잦은 실점을 범해 불안했던 수비에 두 선수의 조합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안정적인 볼 처리와 적극적인 몸싸움, 제공권 등이 눈에 띄었다. 호주전에서 보여준 안정감이라면 월드컵 본선에서도 이들이 중앙 수비라인을 담당할 것이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중앙 수비라인 세대교체의 신호탄인 셈이다.
홍정호와 김영권은 대표적인 '홍명보의 아이들'이다.
홍 감독의 지휘 아래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에서 활약했다. 홍정호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올림픽 본선에서도 함께 했을 게 유력하다.
함께 보낸 시간이 긴 만큼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음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홍정호는 지난해 4월 K리그 경기 도중에 무릎 십자인대를 다치는 중상을 입어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김영권과 호흡을 맞춘 것은 약 1년5개월 만이다.
▲올인하는 중국
중국 축구는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이번 대회를 맞았다. 지난달 15일 약체 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1-5로 대패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축구협회는 스페인 출신 안토니오 카마초(58) 감독을 전격 경질하는 강수를 뒀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격노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축구협회를 국가체육총국에서 분리시켜 독립시키는 '축구공정'에 착수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유일한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이후 독일월드컵(2006년), 남아공월드컵(2010년), 브라질월드컵(2014년) 지역예선에서는 최종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대대적인 개혁을 시작하고 처음 출전하는 대회가 이번 동아시안컵으로 분위기 전환이 시급한 중국 축구다.
한국과 일본이 해외파를 소집하지 않고 국내파 위주의 어린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렸기에 상대적으로 중국의 전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순시앙, 정지(이상 광저우), 두웨이(산둥) 등 베테랑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푸보(48) 감독대행은 "(한국과 일본)라이벌들은 베스트 라인업이 아니다"면서도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태국에 진 이유도 여기(방심)에 있다. 어린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할 것이고 그라운드에서 무엇을 할지 미지수"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21일 열린 일본과의 1차전에서 1-3으로 뒤지다가 후반 막판에 2골을 몰아쳐 3-3으로 따라붙는 뒷심을 과시했다.
호남신문 기자ihona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