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4) 감독이 자신만의 축구 색깔을 선보인 성공적인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그의 '48시간 매니지먼트'가 적중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3동아시안컵 개막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발휘했지만 고질적인 득점력 부재를 드러내며 아쉽게 0-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달 24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자신의 A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출발을 했다. 출항 후 첫 선을 보인 홍명보호의 색깔이 유감없이 드러난 경기였다.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전면 강압 수비를 펼쳤다. 특히 공격 전개가 끊긴 뒤 곧바로 압박을 가해 상대의 역습을 예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대 진영에서도 안정적으로 볼을 점유했고, 간결하고 세밀한 패스워크로 호주의 문전을 두들겼다.
홍 감독은 4-2-3-1 전형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달성할 당시 가동했던 전형이다.
하대성(서울)·이명주(포항)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해 중원을 장악하고 포백 수비진과 함께 안정적인 수비 조직력으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했다.
또한 배후 침투가 좋은 이승기(전북)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켜 최전방 스트라이커 김동섭(성남)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좌우 측면 수비수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와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에게도 활발한 공격 가담을 주문했다.
홍 감독은 지금 당장의 기량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표팀 명단을 꾸렸다.
23명의 태극전사 중 A매치 10경기 이상을 소화한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8명이 90년대생일 정도로 젊다.
홍명보호는 지난 17일 소집돼 4일 만에 호주전을 치렀다. 호흡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홍 감독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단기간에 팀을 만들어내는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20세 이하 대표팀과 2010 아시안게임 대표팀, 올림픽대표팀 감독직을 거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홍 감독은 '48시간 매니지먼트'라는 단기 팀 운영 매뉴얼을 만들었다.
홍 감독이 2010년 P급 지도자 라이센스 교육을 이수할 당시 논문 주제도 '48시간 매니지먼트'였다.
홍 감독의 매뉴얼대로 태극전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짧은 시간 동안 발을 맞췄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하나된 조직력을 선보였다.
각급 대표팀에서 홍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에 승선한 것이 효과를 봤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월드컵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할 최적의 무대다.
태극전사들은 홍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A매치 경험이 전무했던 21살 동갑내기 김진수와 윤일록(서울) 등은 어린 나이임에도 긴장감을 떨치고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한국 축구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최근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문'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홍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실추된 대표팀의 명예와 위상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그 첫 단추가 호주전이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만족스러웠다. 다만 최강희 전임 감독 체제부터 이어온 득점력 부재라는 숙제를 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후 홍 감독은 "(A대표팀)데뷔전이라고 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선수들과 2~3일 보낸 시간이 훌륭했다. 오늘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