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이 '우승 해갈'에 성공하면서 한국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성큼 다가왔다.
박희영은 1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633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최종합계 26언더파 258타로 안젤라 스탠포드(36·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1년 11월 LPGA 투어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생애 첫 정상을 밟았던 박희영은 이후 41번째 대회 만에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박희영은 신지애(25·미래에셋), 박인비(KB금융그룹), 이일희(이상 25·볼빅) 등에 이어 올시즌 LPGA 투어 한국인 9번째 우승자가 됐다.
박희영은 우승 직후 LPGA 투어 공식 인터뷰에서 "사실 여전히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 믿기 힘든 일을 해냈다"며 "꽤 오랜 연장 승부를 펼쳤는데, 최종일에 꾸준히 뒤에서 쫓아갔던 것이 승부욕을 자극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한국(계) 선수가 세운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2009년 작성한 12승이다. 당시는 신지애(25·미래에셋)의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을 시작으로 미셸 위(24·미국)의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까지 태극군단은 12승을 합작했다.
앞으로 12개 대회가 더 남은 가운데 이후 3개 대회에서 우승만 해도 2009년의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울 수 있다.
페이스가 좋다.
올시즌 현재 16개 대회 중에서 벌써 9승을 이뤘다. 이 중 박인비가 6승을 휩쓸었고 신지애(25·미래에셋), 이일희(이상 25·볼빅)가 각각 1승씩을 보탰다. 여기에 박희영까지 합류했다.
박인비의 상승세가 워낙 무섭기에 이번 대회에서의 초점도 박인비에게 맞춰졌다. 앞서 3연속 우승을 휩쓴 박인비의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 도전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1라운드 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공동 14위에 머물렀다.
박인비가 주춤하는 사이 박희영이 새로운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3라운드에서 10언더파로 토너먼트 레코드를 새로 쓰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후 아슬아슬하게 통산 2승째를 손에 쥐었다.
박희영은 대림대 사회체육학과 교수인 아버지 박형섭씨의 권유로 11살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친동생 박주영(23·하나금융그룹)도 현역 골프선수로 집안 대대로 이어져 오는 뛰어난 운동 신경을 물려받았다.
한영외고 재학 시절인 2003년부터 2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냈고 2004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한 하이트컵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이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프로로 전향했다.
데뷔 첫 해 3승을 거두면서 신인상을 수상한 박희영은 국내 무대에서의 선전으로 탄력을 받았고 2007년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3위에 올라 2008년부터 본격적인 미국생활에 돌입했다.
하지만 LPGA 투어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동갑내기 신지애의 두각을 지켜봐야 했다. 첫 우승도 투어 4년 차인 2011년에서야 맛봤다. 96번째 투어 대회에서 거둔 첫 우승이었다.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 41개 대회를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스윙폼이 아름다운 선수'로 평가받았던 박희영은 기복 없는 플레이로 꾸준히 LPGA 투어를 이끌어왔다.
박희영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한국 여자골프의 한 시즌 최다승 경신도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