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를 극찬으로 바꾸는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괴물'은 미국에서도 통했다.
류현진(26·LA 다저스)은 11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끝으로 전반기 등판을 마쳤다.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5이닝 5실점으로 승수를 쌓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반기 류현진은 무척 화려했다. 그는 불과 반년도 안 돼 메이저리그의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았지만 실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2006년 한화 이글스를 통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류현진은 7시즌 간 98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의 기록을 남긴 채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관심은 포스팅시스템에 쏠렸다. 포스팅은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대신 류현진은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헐값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시 류현진과 한화가 합의한 금액은 1000만 달러(약 112억2800만원) 선이었다.
궁금증은 지난해 11월 풀렸다. LA 다저스는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8억9000만원)를 적어냈다. 6년 3600만 달러(약 404억원)의 연봉을 포함하면 최소 6173만 달러 33센트(약 692억9000만원)를 류현진만을 위해 투자한 셈이다.
류현진의 협상이 마무리되자 여러 예상들이 쏟아졌다.
미국 언론들은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전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회상하며 성공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지만 무명의 선수에게 너무 비싼 돈을 지불했다는 보도로 류현진을 깎아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강심장' 류현진이 세간의 평가에 휘둘릴 리 만무했다. 여유있게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확보한 류현진은 막상 뚜껑이 열리자 물 만난 듯 기량을 발휘했다.
본인 스스로 "가장 떨렸던 날"이라고 말했던 4월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을 6⅓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으로 마친 류현진은 데뷔 두 경기 만인 4월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6⅓이닝 3피안타 2실점 호투로 첫 승을 수확했다.
류현진은 꾸준히 6이닝 이상을 소화해내며 다저스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곁들인 류현진은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5월23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7⅓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5승째를 챙긴 류현진은 LA 에인절스와의 다음 등판에서는 2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다.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완봉승은 박찬호(은퇴)와 김선우(두산)에 이어 류현진이 세 번째였다.
류현진은 승운이 따르지 않던 6월에도 묵묵히 제 몫을 해줬다. 6월에는 5경기 연속 승수쌓기에 실패하고도 매 경기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류현진의 전반기 성적은 18경기 등판 7승3패 평균자책점 3.09였다.
'1억 달러의 사나이' 잭 그레인키와 함께 팀 내 다승 공동 2위를 차지했고 116⅔이닝을 던지며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기록이다.
앞만 보고 달린 류현진은 올스타 브레이크로 인해 모처럼 달콤한 휴식기를 갖게 됐다. 후반기에는 데뷔 시즌 10승 달성과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당면 과제를 위해 더욱 힘을 내야 한다. 전반기의 성공은 미래를 준비하는 류현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