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를 이끌 새 수장으로 홍명보(44) 감독이 선임됐다. 이제부터는 월드컵 본선 모의고사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20일부터 서울, 화성에서 열릴 2013 동아시안컵을 치른다. 하지만 이후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8월 페루, 10월 브라질과 경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새 감독이 이제 막 선임된 만큼 내부 조율이 필요하다. 조만간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하반기에 8·9·10·11월에 한 차례씩 A매치 데이를 마련한 상태다.
평가전은 그동안 월드컵 본선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게 작용했다. 실속있게 팀을 잘 골라 성과를 얻었던 경우가 있었던 반면 유럽팀을 어렵게 섭외하고도 1.5진급들이 나서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한 적도 있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유럽 팀과 잇따라 평가전을 치렀다. 유럽 팀에 약한 것을 깨기 위해서였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한 2005년 10월 이후 무려 8차례나 유럽 팀과 평가전을 가졌다. 그러나 상대 1진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것은 2005년 11월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경기만 유일했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노르웨이, 그리스, 덴마크, 핀란드 등 당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않은 팀과 평가전을 치러 긴장감도 떨어졌다.
의미없는 평가전으로 전력 손실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직전에 치른 중국과 평가전에서는 당시 대표 공격수였던 황선홍이 상대 골키퍼의 거친 태클에 걸려 오른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는 스파링 상대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도르트문트(독일), 스파르타쿠스(러시아), 말뫼(스웨덴), 과라니(파라과이) 등 프로 팀들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본선 결과는 3전 전패였다.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평가전의 모범 사례는 단연 2002년이다. 당시 최종예선을 치르지 않았던 한국은 매달마다 다양한 팀과 평가전을 치르며 조직력을 다졌다. 당시 대표팀 멤버였던 송종국 MBC 해설위원은 "오랫동안 같이 맞춰보면서 확실히 좋아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강팀과 많이 경기하면서 자신감도 생겨서 본선 때는 오히려 덜 긴장했다"고 말했다. 결국 아시아 첫 월드컵 4강의 쾌거를 이뤘다.
사실상 월드컵에 올인하다시피 했던 2002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2010년에는 적절한 원정 평가전으로 효과를 봤다. 당시 대표팀은 2009년 11월 세르비아, 2010년 3월 코트디부아르와 영국 런던에서 평가전을 치렀다. 상대는 모두 최정예로 구성됐다. 본선 직전에는 세계 1위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고지대에서 평가전을 치러 큰 효과를 봤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원정 평가전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적응시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최대한 1진급 선수들이 모일 수 있도록 좋은 상대를 골라 평가전을 잘 치르는 게 대표팀 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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