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50)KIA 감독은 소사를 볼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거 참, 희한하다. 평균자책점이 4점대 후반인데 다승 선두다. 소사가 나오면 신기하게 안 터지던 타선이 다 터진다."
소사는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 한 뒤 시즌 8승(3패)째를 거뒀다. 양현종(25·KIA)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다. 그러나 내용은 불안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그는 1회에만 총 3개의 사사구를 남발했다. 고동진만 보면 맥을 못 췄다. 1-0으로 앞서던 3회 1사 2루에 고동진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고, 하위타선에 난타를 당한 뒤 맞이한 5회 1·3루에도 같은 타자에게 우월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선발의 미덕인 6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소사는 5회 수비 중에 왼 발목을 다치자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왔다. KIA가 5-2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 승수는 챙겼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승리는 꼭 챙긴다. 지난달 5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5이닝 8피안타(2피홈런) 8실점을 했지만 팀이 13-9로 이기는 바람에 승을 쌓았다. 소사의 8실점 승리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하고 승리를 따낸 기록이다. 9실점 승리 투수는 과거 2번 있었다. 1984년 오영일(MBC)이 해태 상대로 9이닝 9실점 완투승을 기록했고, 2010년 이재곤(롯데)이 두산 상대로 5이닝 9실점 하며 승리를 땄다.
이 정도면 하늘이 내린 운이다. 소사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4.81에 이른다. 이닝당 출루허용률 1.62, 피안타율 0.294등 세부 지표도 다승 1위에 걸맞지 않다. 반면 승률은 7할대(0.727)를 웃돈다. 감독의 말마따나 소사가 나오면 슬럼프를 겪던 타자들이 불방망이를 휘두른다. 지난 19일에는 이범호가 1512일 만의 연타석 홈런(3안타 2홈런 4타점)을 때렸다.
프리에이전트(FA) 해를 앞두고 부진했던 이용규도 4안타 2타점 맹타를 기록했다. '용규 놀이'가 살아났다. 이용규는 1회 첫 타석에서 한화 선발 이브랜드를 상대로 13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좌전안타를 쳤다. 넥센과의 지난 어린이날 경기에서는 1~9번 타자가 15안타를 합작했고, 최희섭과 나지완 등 클린업 트리오가 결승타와 쐐기타를 날렸다.
KIA의 한 선수는 "팀 내 '소사가 나오면 억지로라도 이긴다'는 농담도 나온다. 조금 불안할 때도 있지만, 저만하면 나쁘지 않은 선발이다"고 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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