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최대 고민은 롤러코스터 타선이다. 시즌 초반 폭발력을 자랑했던 타선의 힘이 급격히 사그라졌다.
4월 2할8푼8리(3위)를 기록했던 KIA 팀 타율이 5월 들어 2할4푼8리(9위)로 떨어졌다. 주전 선수들이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김주찬, 신종길이 부상으로 이탈해 전력이 크게 약화했다. 순위는 5월 초반 선두에서 내려온 뒤 6위까지 떨어졌다.
탈 많은 타선 속 돋보이는 선수가 있다. 올 시즌 치른 52경기 중 49경기에 출전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 김선빈이다.
10일 현재 김선빈의 타격성적은 3할3푼1리(181타수 60안타) 20타점 37득점. 팀 내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도루는 20개로, 오재원(두산), 김종호(NC)와 이 부문 공동 선두다. 4할1리의 출루율을 앞세워 팀 내 2위의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기복 없는 성적이 최대 강점이다. 4월 월간 타율 3할2푼8리(64타수 21안타)를 기록했던 김선빈은 5월 3할3리(76타수 23안타), 6월 3할8푼2리(34타수 13안타)로 순항 중이다.
타순도 가리지 않는다. 김선빈은 팀 타순 조정에 따라 2번과 9번을 오가며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1번과 7번으로 나설 때도 있었다. 타순마다 역할이 달라 부담도 되고 책임감이 무거울 법도 하지만 김선빈은 "타순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어디서든 내 역할만 하면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즌 시작 전부터 KIA는 우승후보로 꼽히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부상과 부진으로 성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컸다. 부진이 길어지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러나 김선빈은 이를 역으로 이용했다. "부담 때문에 타석에서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쫄아서' 내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거다. '차라리 편하게 아웃되자'는 생각을 갖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앞, 뒤 타자들이 부진에 빠졌을 때도 김선빈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도 "김선빈이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그의 노력을 인정했다.
2008년 프로 데뷔 후 2할9푼대 타율을 유지했던 그의 올 시즌 목표는 타율 3할 달성이다. 여기에 40도루까지 욕심낸다. 이미 절반인 20도루를 기록해 가능성이 커졌다. 김선빈은 "부상만 없다면 괜찮을 것 같다. 휴식기도 있어 페이스 조절에 도움이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선빈은 "부상 선수들이 돌아온다면 팀 타선이 더 탄탄해질 것이다. 앞으로 팀 성적도 분명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규가 회복세를 보였고 김주찬은 부상 복귀 후 서서히 진가를 떨치고 있다. 신종길도 합류를 앞두고 있다. 최근 넥센전 2연승으로 팀 분위기도 살아났다. 묵묵히 자리를 지킨 김선빈의 공을 빠뜨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