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랭커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메이저대회 2연속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 골프클럽(파72·653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총상금 220만 달러)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3오버파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카트리오나 매튜(43·스코틀랜드)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승부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연장 두 번째 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박인비는 18번홀에서 계속된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버디를 기록, 매튜를 따돌리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우승 확정 직후 "매우 힘든 날이었다. 연장에 간 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연장전에서 페어웨이를 모두 지킨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메이저 대회를 연속 우승한 것에 굉장히 만족한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지난 4월8일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섰던 박인비는 이날 열린 두 번째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2연속 석권하며 목표했던 그랜드슬램을 향한 순항을 했다.
US여자오픈(2008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2013년)에 이어 이 대회까지 정상에 오른 박인비는 각기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의 우승 기록을 보유했다.
US여자오픈, 브리티시오픈, 에비앙챔피언십 등 올 시즌 남은 3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2승을 추가하면 목표했던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박인비는 우승상금 33만7500달러(약 3억 7800만원)와 함께 LPGA 투어 7승째이자 자신의 메이저대회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29개의 LPGA 투어 대회 가운데 13번째 대회 만에 벌써 4승을 올리며 시즌 최다승을 기록했다.
박인비는 LPGA 투어에서 시즌 개막 후 2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8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2005년 아니카 소렌스탐(43·스웨덴)이 크래프트 나비스코와 LPGA 챔피언십을 연속 우승한 뒤 8년 만이다.
지난 4월 노스텍사스슛아웃 우승 이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를 화려한 우승으로 장식하며 세계랭킹 1위의 저력을 과시했다.
첫 라운드를 공동 16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2라운드에서 2타차 공동 2위로 뛰어오른 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이끌어냈다.
이번 대회는 1라운드를 앞두고 폭우가 내린 탓에 하루씩 라운드가 밀렸다. 최종일은 3~4라운드를 병행해 하루 동안 36개홀 플레이로 진행됐다. 2라운드에서 공동 2위로 뛰어오른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선두를 꿰찼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집중력은 떨어졌지만 2라운드 선두였던 모건 프리셀(25·미국)의 추격도 함께 무뎌진 탓에 리드를 지키는 데 문제는 없었다. 최종 라운드 전반홀에서 보기 2개와 버디 1개를 묶어 1타를 잃은 박인비는 프리셀과 공동 선두로 전반라운드를 마쳤다.
팽팽한 흐름을 잇던 박인비는 10번홀에서 파를 기록하고도 프리셀의 보기로 1타 차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박인비는1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타수를 벌려나갔다. 세번째 샷을 홀컵 1m 이내에 붙여 타수를 아꼈다. 이후 12번홀(파4)을 4타로 홀아웃했지만 프리셀이 같은 홀에서 다시 보기를 범해 3타 차 리드로 벌어졌다.
계속해서 티샷의 영점 조준이 되지 않았던 박인비는 14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2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티샷을 러프에 빠뜨렸고 두번째 샷마저 나무에 걸리는 불운으로 거리 손해를 봤다. 스리온에 성공했지만 파 퍼트가 홀컵을 외면해 타수를 잃었다.
박인비가 주춤하던 사이 경쟁을 벌이던 프리셀이 16번홀 보기로 무너지며 경쟁 상대가 바뀌었다.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으며 조용히 기회를 노렸던 카트리오나 매튜(43·스코틀랜드)가 박인비에게 2타 뒤진 단독 2위로 뛰어올랐다.
매튜가 17번홀에서 버디를 성공시켜 박인비는 1타 차 추격을 받았다. 넉넉한 타수로 앞서 나가던 박인비는 매튜의 급부상으로 마지막 홀에서 위기를 맞았다. 프리셀을 신경쓰는 사이 매튜의 추격을 의식하지 못했다.
18번홀(파4) 티샷이 러프에 빠졌고 두번째 샷마저 러프로 향했다. 홀을 노리고 시도한 세번째 샷마저 그린을 지나 러프에 빠졌다. 회심의 파 퍼트마저 홀컵 앞에서 멈춰 결국 연장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박인비는 연장에서 잃었던 집중력을 찾았다. 연장 세 번째홀까지 티샷이 단 한 번의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았다.
매튜는 계속해서 티샷이 흔들리며 어려운 경기운영을 했고 결국,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박인비는 깔끔한 티샷과 정확한 어프로치로 버디 기회를 잡았고 매튜는 러프와 러프를 반복한 끝에 네 번째 샷마저 홀컵을 외면했다.
매튜의 상황을 지켜본 박인비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정확한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구며 우승을 확정했다.
나머지 한국선수의 활약도 돋보였다.
신지애(25·미래에셋), 유선영(27·정관장), 최나연(26·SK텔레콤) 등 톱10에 5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모처럼 힘을 낸 신지애는 최종합계 3언더파 285타를 기록, 양희영(24·KB금융그룹), 최운정(23·볼빅), 유선영 등과 함께 공동 5위를 기록했다. 2라운드에서 공동 4위에 올랐던 신지애는 타수를 잃어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최나연은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한국명 고보경)는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 공동 17위에 자리했다.
역전 우승을 노렸던 디펜딩 챔피언 펑산산(24·중국)은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9위로 대회를 끝냈고 이번 대회에서 부활을 알렸던 전 세계랭킹 1위 청야니(24·대만)는 최종합계 2오버파 290타 공동 19위를 기록했다.
박인비와 함께 세계랭킹을 1·2위를 다투던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는 최종합계 4오버파 292타 공동 28위로 부진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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